진순자 할머니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았다.

어린이재단 부산지역본부를 통해 평생을 군밤장수, 노점상, 파출부 생활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73세의 진순자 할머니(경남 양산)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는데 사용해 전 재산에 가까운 1억800만원을 기부했다.

진순자 할머니는 2010년 10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한 한 우간다 모금 방송 시청을 계기로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진순자 할머니는 화면에 비친 우간다 아이들의 우는 모습에 작지만 도움이 되고픈 생각에 월 2만원씩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농사에서 군밤장사, 노점상, 파출부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진 할머니는 힘들게 벌어 조금씩 사 모은 땅을 최근에 팔았고, 전 재산에 가까운 1억800만원을 제 3세계 어린이들의 배움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진순자 할머니에게 생면부지 제 3세계 어린이들의 배움은 평생의 꿈이자 숙원이었다.

어릴 적 전쟁을 겪었던 진 할머니는 “그 시절 우리도 해외원조를 받은 돈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며 “당시 이 얘기를 듣고, ‘내가 지금은 어렵지만 나도 나이가 들면 좋은 일 하나는 하고 가야지…’라는 꿈을 품고 힘든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 할머니는 “우리가 외국의 원조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정말 어려운 나라의 아이들에게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살아생전에 직접 가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모습도 보고 싶고 공부도 열심히 하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진순자 할머니의 뜻에 따라 어린이재단에서는 1억800만원의 기부금을 아프리카 우간다의 마신디(Masindi) 지역에 거주하는 총 30명의 아동에게 추후 10년 간 매월 3만원의 기부금을 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재단 직원들은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대상자 노인인 줄로 착각하고, “어떤 도움이 필요해서 오셨냐”고 묻는 해프닝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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