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를 가진 이경호 씨는 지난 해 12월 중순께 공정거래위원회 발간자료를 검색하기 위해 위원회 자료실을 방문했지만 허탕만 치고 돌아와야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센스리더기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자료검색 컴퓨터 이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씨는 공정위 측에 센스리더기, 줌텍스트 프로그램, 높이조절 책상 등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 9일 공정위는 이 씨에게 이러한 편의제공을 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자료실은 내부 직원의 업무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로 대민서비스 차원에서 외부에 개방하고 있으며 다른 시각장애인의 요청이 전무했던 점을 고려할 때 예산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 구입에 200만~300만원의 예산을 쓸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1조(정보통신 의사소통등에서의 정당한편의제공의 의무)는 공공기관 등이 배포하는 전자정보 등에 대해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 이용할 수 있도록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확대경 등 수단을 제공토록 하고 있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자료실을 대민서비스 차원에서라도 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요청 횟수와 관계없이 정당한 편의 제공해야 할 의무 있다”며 “직원용으로만 운영한다고 해도 장애인직원은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만원 정도의 예산소요가 공정위에 과도한 부담은 아닐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며 “정부기관으로서 장애인의 차별 금지에 앞장설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재경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공정위의 태도는 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공공기관을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한다는 책무성 부족 문제”라며 “보건복지부가 매년 공공기관 등에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어떤 효과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한 편의제공 실현을 위해 장차법 이행모니터링을 각 분야별로 체계화하고 인권위 진정, 소송 및 정책개발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공공기관의 신청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해 36개 기관 60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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