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노예할아버지’로 알려진 지적장애 노인을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70대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제1형사부는 함께 생활하던 지적장애인을 25년간 무임금으로 일을 시키고 약 8개월간 차고 안에서 생활하게 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수년 동안 학대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피고인 A씨(73)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육체적·정신적인 고통을 주어 학대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만 60세 정도로 추정되는 노인이고 지적장애 정도가 매우 심한 피해자를 보호·감독하고 있던 피고인에게는 오히려 다른 가족들보다 높은 정도의 보호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단지 피고인의 아버지가 피해자와 같이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학대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해 주민등록조차 해주지 않아 피해자로 하여금 기본적인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게 했다"며 "다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고령인 점, 피해자를 복지시설로 보내려고 했던 정황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이같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1970년대 중반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지적장애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일을 시키던 중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8개월여 동안 난방이 전혀 되지 않고, 조명 시설도 없는 차고에 거주하게 하면서 부패한 밥과 반찬 등을 제공하며 임금도 주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