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품질관리를 위한 인증기준이 제시됐다.

그러나 센터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태에서 열악한 시설에 대한 지원이 전제되지 않은 인증기준 적용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지난 2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이룸센터에서 ‘민간단체가 제안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증 기준(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증기준(안)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자연 산하 자립생활연구소 책임연구원 김동기 목원대 교수는 “지난 2000년대 초반 20여 개소에 불과했던 센터는 현재 200여개소로 급속히 확대됐다”며 “그러나 여전히 자조모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권익옹호 등 자립생활 이념 실현을 위한 활동은 배제한 채 수익사업에만 매달리는 센터 등 생겨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7년간 센터지원을 위한 시범사업만을 계속해 오고 있다. 불안정한 운영으로는 차별화되고 질적인 서비스 담보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는 ‘센터다운’ 센터를 검증하는 한자연 자체기준 개발, 적용을 통해 복지부가 센터를 전달체계로 수용하도록 자정노력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그는 “향후 복지부가 센터사업을 제도화할 때 기초자료로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표된 인증기준(안)은 조직․운영․사업 등 3가지 대영역에 걸쳐 총회 운영위원회 예산 등 12개 하위영역과 35개 지표로 구성됐으며 총점은 1050점이다.

센터인증을 위해선 총점의 3분의1 수준인 350점 이상을, 국비 등 지원기준은 3분의2에 해당하는 7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기준(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총회 연 1회 이상 개최 ▲운영위원회 구성 2개 이상 장애유형 포함 ▲소장 센터 상근근무 3년 이상, 연 1회 이상 자립생활 관련 프로그램 이수 ▲친인척 구성 전체 직원의 25% 이내 ․▲직원 중 장애인 비중 20% 이상 ▲직원에게 최저임금법에 의한 최저임금 보장 ▲독립된 사무실과 동료상담실 확보 ▲1년간 사업비 중 정보제공 및 동료상담, 권익옹호 등 기본사업 비중 25% 이상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노력(실적) 등이 포함됐다.

김동기 교수는 “기본사업이 센터 사업 중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도록 해 수익사업 위주의 센터를 걸러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소장이 자립생활 이념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관련 법인 산하시설들이 자립생활 이념에 적합한 사업을 하도록 했으며 장애인당사자의 직원 채용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인증기준(안)은 의견수렴 이후 한자연이 가맹센터들에 배포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자연이 인증기준에 맞추지 못하는 시설들을 지원한다는 전제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력이 있었다면 신생센터와 기성센터 등 센터를 유형화해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우선 이 기준안이 한자연 소속센터나  한자연에 가맹하려는 센터에 그대로 적용된다며 시설 및 직원보수 등 열악한 신생시설에 진입장벽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한자연이 이들 센터가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차후 국가인증시스템으로 가져가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준을 세세하게 만든 것이라면 자립생활운동 진영에서 우선 센터 활동이 사회복지사업인가 아니면 장애인운동인가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라며 “활동보조서비스, 보장구수리사업 등 정부지원 필요한 사업에 대한 인증기준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경수 부산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몇몇 지원센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센터는 재원이 없어 운영과 사업을 해 나가기 어려우며 유급직원을 두는 것도 힘들다. 지원센터와의 실적위주의 평가에서 경쟁이 안 된다”며 “센터간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각하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센터를 정화시킬 기준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우선 신생센터를 위한 멘토링 및 기본적인 지원체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성재경 보건복지부 권익지원과 서기관은 “인증제에 앞서 센터의 실태 파악 등이 우선돼야 한다. 센터들 간 합일된 의견이 있어야 하며 차별화된 기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자립생활센터 관련 법적인 근거는 마련돼 있는데 세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자연이 센터 인증 기관으로서 대표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이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등 문제도 지적됐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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