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 장애인이 밀양시청에서 음독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장애인관련단체들이 기초생활수급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장애인차별상담네트워크와 밀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생활수급제가 한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도대체 무엇을 보장하기 위한 법인가”고 질타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는 지체장애인 이모 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하면서 수급비가 줄어들자(45만3000원→23만2000원) 공공근로를 알아보기 위해 밀양시청 주민생활지원과를 찾았다.

아무리 병원에 입원해 있다지만 집세, 각종 공과금, 난방비, 통신비 등은 어김없이 내야 하는 상황에서 공공근로라도 하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그러나 이 씨는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는 수급비를 받고 있으므로 공공근로를 할 수 없으며 자활사업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소득이 생기면 소득만큼 수급비가 차감된다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그에게 가족이라곤 20년째 연락이 두절된 아들 뿐이다.

그 아들마저 가난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타지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 아들에게 기댈 수도 없는 이씨에게 남은 것은 아픈 몸뚱이와 월 23만2000원이라는 수급비 뿐이었다.

결국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이 씨는 처참한 심정으로 다시 시청을 찾았고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하는 주민생활지원과 공무원 앞에서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밀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해주지 못하는 제도로 인해 붙잡을 지푸라기도 없다는 현실을 직면한 이 씨의 심정은 참담했을 것”이라며 “현재 수급비가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게 책정돼 있는데도 불구, 몸이 아파 장기입원했다는 이유로 수급비에서 그마저도 차감하는 이 제도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더이상 이 제도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현실에 맞는 수급비 산정, 부양의무제 폐지하는 등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해 7월에도 남해와 청주에서 부양가족의 소득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격이 박탈당한 노인들이 잇따라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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