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정책 갈팡질팡…법정비운동 펼칠 것

당사자주의, 지역사회운동 입각한 자정노력  

정치의 해 맞아 선거 참여해야 당부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법적지위 확보에 온 힘을 쏟겠습니다.” 안진환 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상임대표는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지원을 받느냐, 공모사업에 선정되느냐에 따라 사활이 걸려 있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는 자립생활 운동 등 센터의 제대로 된 역할을 펼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센터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편입을 위해 그는 센터의 장애인 당사자 참여, 운영의 투명성 등 담보해 내기 위한 자정노력 차원에서 인증기준을 개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해 5월 취임이래 자립생활센터 인증기준 개발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으며 최근에는 제5회 장애인자립생활의날을 맞아 IL컨퍼런스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정부의 장애인자립생활정책에 대한 견해와 한자연의 앞으로 방향 등을 들었다.

제5회 장애인자립생활의날을 맞아 인사 한 말씀

자립생활의 날은 2007년 3월6일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에 따라 '자립생활의 지원'이 별도의 장으로 포함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도부터 제정했으며 IL컨퍼런스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오는 3월6일과 7일 서울여성플라즈에서 열리는 ‘2012 IL컨퍼런스’는 선거의 해를 맞아 장애인정치참여와 장애인자립생활을 둘러싼 관련법 정비에 대한 논의를 핵심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이 가운데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사회복지 전달체계로서 공식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논의의 장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많이 참석해 장애인자립생활에 대한 좋은 의견 개진 부탁드립니다.

법 정비 왜 필요한가

장애인복지법 개정 이후에 세부적인 관련규정이 정비가 안 돼 장애인자립생활정책이 갈팡지팡,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장애인자립생활정책은 실질적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가 시행하는 시각 및 척수장애인 지원사업은 장애유형을 통합한다는 자립생활 정신에 역행하는 정책입니다.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주거보장, 이동권 보장, 소득보장, 탈시설장애인 초기정착지원 등이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에 맞춰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 그마저도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시설 이후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이 부양의무자 등에 걸려 잘 되지 않고 있으며 체험홈 이후 임대주택 등이 바로 연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자립생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체험홈 사업을 장애인생활시설에 내주는 것은 또다시 시설로 돌아가라는 것이며 시설배불리기 밖에 안 됩니다. 자립생활정책이 아니라 또다시 시설정책으로 가는 것입니다. 전문가 또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내놓는 정책들이다 보니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대선 이후 구성되는 차기정부는 장애인정책개발5개년계획을 수립 시 장애인당사자들을 대거 포함시켜 자립생활을 위한 로드맵을 확실히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장애계 내부에서는 자립생활정책을 바로 세우기 위해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자립생활보장을 위한 환경들을 담아내느냐, 또는 (가칭)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을 새롭게 제정하느냐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과정입니다.

지난 해 12월26일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자립생활보장법(안)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면서 필요한 보육, 교육, 노동, 이동, 주거, 문화 등을 총망라해서 조항들을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애인복지법 개정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자립생활보장법이 자립생활 정책을 진일보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자립생활센터 인증기준 제시했다. 취지는

자립생활센터인증기준은 장애인 자립생활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 운동으로서 자립생활센터들의 역할과 운영의 민주성, 투명성 등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고 개선하기 위한 자정노력 차원에서 제시하게 됐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 시행 이후 수수료 신화가 확산되면서 사업적인 측면에 치중한 센터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현재는 사업성에 치중한 센터와 운동성을 지키고 있는 센터의 비율이 7:3 정도로 대세를 이루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최근 센터내 인력은 중증장애인이 감소하고 비장애인의 고용비율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운영위원회에 경증 또는 지체, 뇌병변 등이 편중돼 있습니다. 자립생활이 장애유형 통합을 얘기하면서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더 많은 장애유형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물론 현상적인 측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장애인당사자주의 및 장애통합에 입각한 자립생활운동을 후퇴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자립생활센터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 센터 만의 독특한 사업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자립생활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센터들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립생활센터 인증기준은 이러한 추세에 대한 내부점검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소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활보서비스 사업수익 등 수입의 지출내역을 밝히도록 한 것이 그 내용입니다. 특히 운영위원회에 2개 이상의 장애유형을 포함토록 하고 직원 중 장애인비중을 20% 이상으로 두도록 했습니다.

내부정비가 선행돼야만 정부와 지자체에 사회복지서비스전달체계로서 운영 및 지원기준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센터의 질 관리를 위해서든, 사회복지서비스전달체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든, 제도권의 장애인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남기 위해서든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노력들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미지원센터 적용은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 있는데…

미지원센터와 신생센터의 경우, 실질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이 없다 보니 운영, 인력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지원센터와 신생센터에 행정적 지원과 운영 컨설팅, 인력 역량강화 등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놓는 게 한자연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이와 아울러 사업 위주의 센터에 강도 높은 훈련 및 교육을 실시해 센터로서 이념과 운동성을 갖추도록 개선할 것입니다.

한편 센터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자체 중심으로 편중된 문제도 심각합니다. 농촌지역에 많은 고령장애인이 분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지역들이 많습니다.  

중앙 한자연 뿐 아니라 전국 6개 한자연 시도연합회를 중심으로 활동보조수익 등으로 자립생활센터 기금을 조성하고 미지원센터 지원과 농촌지역 센터 설립 등을 위해 쓰면 될 것입니다.

지역사회 운동으로서 자립생활센터가 뿌리내리게 하고 자립생활운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센터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절실합니다.

전달체계 편입 왜 필요한가. 이념 및 운동성과 충돌은?

정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자립생활센터 지원을 위해 시범사업만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지자체 또한 예산사정에 따라 공모사업 형식으로 센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센터들은 지원센터가 되느냐, 공모사업에 선정되느냐에 따라 사활이 걸려있습니다. 센터가 너무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센터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펼칠 수 없습니다. 한자연의 역할이 바로 그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립생활센터의 법적지위가 확보돼야 중증장애인 고용도 되고 자립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지원센터의 경우 기초지자체마다 설치돼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인력 및 업무 등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규정돼 있어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한 것입니다.

한편 전달체계 편입에 따라 운동성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대규모집회를 통해서만 운동성이 발현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고전적인 운동방식으로 자립생활운동을 재단하려는 것은 자립생활운동 진영에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지역사회의 장애인정책, 환경 등을 정책모니터링, 조례제정 등 통해 변화시키고 바꿔내는 작은 운동 또한 자립생활운동이 추구해야 할 방식으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중증소수장애인정치참여실천본부 발족했다. 장애계 분열로 보는 시선도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장애인선거연대는 사실상 기득권을 갖고 있는 특정유형의 메이저 단체들에 유리한 룰을 정하고 중증·소수장애인을 배제한 채 공약개발 및 비례대표 후보 추천 등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한자연은 중증과 소수장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중증소수장애인정치참여실천본부 출범을 분열이 아닌 ‘분립’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천본부는 공약을 각 정당에 전달하고 지역에 내려가 정책공약발표회도 가질 예정입니다. 시도연합회별로 구성된 실천본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향후 계획은

우선 올해 안에 자립생활센터인증기준을 시범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 개정 또는 장애인자립생활보장법 제정 등 방향이 정해지면 운동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미지원센터들의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센터 소장 역량강화를 위한 지도자 워크숍 등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센터의 법적지위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올해는 선거의 해입니다.

장애인들은 분노는 잘 하지만 참여는 적은 것 같습니다.

선거를 통해 좋은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선거에 참여하는 한 해 되길 바랍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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