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1인시위가 5일부터 광화문 일대에서 10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장애인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5일 광화문에서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100일 1인시위 돌입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2010년 상영된 168편의 한국영화 중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 영화는 10편 정도에 불과했으며 일부 극장에 휠체어장애인 등을 위한 장애인석이 마련됐지만 대부분 스크린 맨 앞이나 뒤에 배정돼 좌석의 선택권이 없는 등 장애인들은 극장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공대위는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장애인 문화향유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해 10월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25개 단체로 구성됐으며 1인시위, 차별진정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공대위 관계자는 “지난 해 장애인영화관람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라며 “영화 ‘도가니’의 청각장애인 관람을 위해 국가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접수했지만 현행법상 한글자막 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인시위를 통해 장애인영화관람 환경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각 정당과 총선 출마자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영화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릴 것”이라며 “문화권이 장애인의 기본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영화는 일상적인 문화생활이며 문화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자막, 화면해설이 없어 시청각장애인들은 영화를 향유할 수 없다. 지체장애인들도 맨 앞자리에서 목을 뒤로 젖히고 불편한 자세로 영화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김 사무국장은 “현행법은 2015년부터 300석 이상의 영화관에서만 한글자막 등 편의제공토록 하고 있다.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철 한국농아인협회 과장은 “장애인의 생존권 뿐 아니라 문화향유권도 배려나 동정이 아닌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햇다.

이 날 첫 1인시위에 나선 안태성 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청각장애 4급인 나는 한국영화를 보려면 논문 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목, 내용, 캐릭터, 시사점 등을 먼저 찾아보고 비디오 대여 후 서너번 봐야 한다”며 “자막이 있다면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애인의 경우라면 이런 과정조차 거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전 교수는 “청각장애인 관련 영화인 도가니도 막상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볼 수 없으며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도 들을 수가 없다. 그들만의 잔치다”며 “장애인들도 사회에 참여하고 싶고 같이 호흡하고 싶다. 한글자막 삽입하는 것이, 시설 좀 고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고 반문했다.

이 날 출범식에서는 '보지 못하는 영화' '듣지 못하는 대사' '들어갈 수 없는 극장’ 등 장애인영화관람의 차별적인 현실을 깨부순다는 의미의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한편 공대위는 대전, 대구 등 지역별 1인시위도 계획 중이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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