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아무리 줘도 싫다. 가라"는 성매매 여성들의 매몰찬 거부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장애가 심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는 그의 소원은 '섹스 한 번 해보는 것'이었다.(영화 핑크팰리스 중)

12일 국립재활원 미혼성인장애인 성재활 세미나가 열렸다.

12일 국립재활원(원장 김병식)에서는 장애인의 성 재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미혼성인장애인 성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한국의 미혼 남성 척수손상인의 성 문제 발표를 맡은 국립재활원 이범석(척수송상재활)과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성 재활의 문제점은 정신지체인의 성 문제와 배우자가 있는 장애인의 성 문제 그리고 배우자가 없는 장애인의 성문제로 나뉜다"며 "정신지체인 성 문제와 배우자가 있는 장애인 성 문제는 해결방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배우자가 없는 장애인의 성 문제는 접근하기 어렵고 대안 모색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재활원 측은 장애인 성 재활의 문제 중 그동안 가장 소외 시 되어 왔던 성인 미혼 남성척수손상인의 성적인 욕구, 성 행동 및 프로그램에 바라는 사항들을 조사하여 앞으로 현실에 맞는 미혼 남성척수손상인 성 재활 프로그램 개발의 기초자료를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삶의 만족도와 성문제의 만족도의 결과에서 이 과장은 "성 문제에 대한 만족도가 10점 척도로 평가했을 때 3.1±2.2점으로, 지난 한 달간의 삶에 대한 만족도(5.3±2.4점)와 장애에 대한 마음 속 수용도(6.8±2.3)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척수손상 후 기간이 길어져서 장애 수용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전체적인 삶의 만족도도 떨어지고 특히 성 문제에 대한 만족도는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설문결과 성 문제와 삶의 만족도는 서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성문제의 해결이 미혼 남성척수손상인의 삶의 만족도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57명의 설문조사에서 척수손상 후 성 욕구는 손상 전보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성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은 주로 '성적인 공상'이나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성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발기부전과 성 파트너의 부재였고 발기는 77%, 사정은 21%에서 가능했다. 또 '미혼남성을 위한 성 재활 프로그램'과 모든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대답했고 가장 도움을 받기 원하는 부분은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모임'과 '섹스 자원봉사자제도'였다.

이날 사례발표에서는 여성 척수 장애인의 성과 남성 장애인의 성에 관해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선희(경수척수장애인)씨와 광주장애인자립센터 김경태(뇌성마비장애인)씨가 본인들의 경험을 전했다.

여성의 성에 대해 이씨는 "우리는 식욕에 대해 관대하게 바라보지만 인간의 성적욕망에 대해서는 수많은 잣대와 가시 돋친 시선으로 바라본다. 특히 장애를 가진 여성에게는 성에 대해 동물 취급을 받을 지경이다"며 "장애를 떠나서 이 사회의 성문화 풍토는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고정관념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이런 트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언젠가는 바뀌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남성 장애인의 성에 대해 김씨는 "장애인들은 기껏해야 자신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고작 동영상 포르노 감상 내지 혼자서 자위를 하는 정도의 현실이다"며 "국가는 성매매 특별법을 폐지하고 합법화하여 국가 차원에서 장애인 성 도우미 제도가 실행 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신지체인의 성문제도 다루게 되었는데 정신지체장애인시설 나눔의 집 유찬호 원장은"정신지체인의 성 문제는 개인마다 다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과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이 장기화된다는 점이 큰 어려움인 것"이라고 "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성을 향유할 수 있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정신지체인들의 성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성교육 시스템 마련 △입체적인 성교육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및 교보재 개발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의 조성 △성적욕구를 올바로 해소 할 수 있는 방법 제시해야 한다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장애라는 이유로 억압당하거나 외면당해서는 안 되며 올바른 성을 찾아가야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에이블뉴스 성재활센터 주항주 소장.

이에 영화 핑크팰리스 서동일 감독은 "성을 사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 감내하는 것도 모두 왜곡된 삶과 현실이다.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시작은 바로 장애인들의 성에 대한 욕구를 인정해야 한다"며 "똑같은 인간으로 똑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 대안으로 에이블뉴스 성 재활센터 조항주 소장은 "성인용품 등을 이용한 자위행위와 결혼 등을 통한 일반적 대안과 함께 사회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하며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안으로 △자위를 도와주는 것에서부터 성관계를 가지는 것까지 포괄적인 행위를 뜻하는 '섹스 자원봉사' △생활기구로서 성인용품을 활성화하는 것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성교육과 워크샵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미나 참석자 가운데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 문제를 단순히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성행위로 보는 것은 너무 극단적이며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 문제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미혼 성인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섹스자원봉사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지만 사회의 윤리·문화적인 문제 때문에 명쾌한 해결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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