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을 확인해보면 1985년 치러진 제12대 국회의원선거에서 84.6%을 기록한 이후 투표율은 계속 하락하여 지난 2008년 실시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46.1%의 투표율에 그쳤다.

오는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에 따라 어느 당에 유리할 지를 예측하는 기사들이 앞 다투어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 7명의 공명선거 홍보대사단을 구성했으며, 아나운서와 개그맨 등 유권자들과 친숙한 유명인들을 광고모델로 선정해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이색홍보를 펼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데 일례로 부산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는 ‘우리 동네 투표참여 홍보단’ 발대식에서 ‘투표율 대박 타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다각적인 방법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는 제19대 국회의원선거 홍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7명의 공명선거 홍보대사단에 장애인 1명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유권자, 그 중에서도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 정보접근에 취약한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를 겨냥한 맞춤형 홍보 노력은 전무하다.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은 총 10편이다.

지속적인 요청으로 인해 자막은 일부 영상에 제공되고 있으나 여전히 수화통역은 단 한편의 홍보영상에도 제공되지 않았다.

한국수화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 삽입 비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 영상 제작 비용 중 과연 몇 퍼센트를 차지하기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편의 제공을 배제한 것일까.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투표안내문’ 콘텐츠는 준비되어 있으나 문해능력이 부족한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 수화만을 주된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는 문자 중심의 홈페이지 구성으로 인해 본인들이 원하는 정보를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

현재 공식 선거운동기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내부 지침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선거방송토론회에 한해서는 수화통역이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의 토론회 또는 지역민영방송을 통해 방송되는 토론회의 경우에는 자막방송 또는 수화통역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도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를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 제82조에서는 ‘각급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대담·토론회를 개최하는 때에는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하여 자막방송 또는 수화통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임의규정으로 대담․토론회에서 자막방송 또는 수화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위에서 확인한 몇 가지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할 울타리가 현재로서는 없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이는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키는 환경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은 투표에 참여해야하나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는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조금만 인식을 전환하면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의 참정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탁상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이러한 편의제공이 과도한 부담으로 받아들여져 이를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장애인 투표율은 지난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60.1%,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66.4%,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72.9%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장애인을 유권자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은 너무나도 미흡하다.

선거권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갖고 있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도록 국가는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본회는 다음 내용을 강력히 촉구한다.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방식(자막, 수화, 그림 등)으로 선거 관련 홍보자료를 제작하라.

선거방송토론에 있어서 농아인(청각․언어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자막 또는 수화통역 제공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의 해당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개정하라.

2012년 4월 4일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회장 변승일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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