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장애계와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의 연합공천 방식으로 제 8대 시의회에 등원한 이상호 시의원은 “장애인 정치세력화에 이권과 도덕성 해이 등을 포함해선 안 된다”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면 오히려 흉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공천 시의원으로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 장애인인권증진조례 제정 및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360시간까지 확대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상호 시의원에게 장애인 정치세력화란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지를 들었다.

대안 제시한다면

우선 장애인 정치세력화가 선거 때만 반짝하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인 차원으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 비례대표의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도 필요하며 비례대표를 정책적으로 받혀주는 역할도 요구됩니다.

당과 시민단체의 네트워크 역할도 해야 하며 여러 사회이슈 중 장애의제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리는 작업 또한 상시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미래의 정치지도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작업 또한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들은 사회적 배제와 차별 등으로 인해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 못한 경우가 50%입니다.

그만큼 선택과 집중, 장시간에 걸친 지속적인 투자 필요합니다.

또한 장애인 비례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으로 뽑을 것이냐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도 있어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총선연대, 99%장애민중연대 등 여러 기구들이 각각 공약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은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집합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이 공약 중 비슷한 내용들을 공통공약화하는 일 또한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선거 때 잠깐 활동하는 한시적 기구로는 부족합니다.

(가칭)장애정책의정지원센터를 장애계 내 상설정치기구로 두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선과 다음 총선, 또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첫 연합공천 시의원으로서 어떤 역할 했나

제가 시의회 들어가서 했던 가장 큰 역할은 장애정책의제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시각을 바꾼 점입니다. 

2010년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무상급식이 한창 화두로 떠오른 데다 노인, 여성 등 다른 계층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장애인보다 높은 터라 장애인의제를 우선순위로 끌어올리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동료의원들에게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부족으로 식사도 한 끼 밖에 못 한다. 버스 만든 지 150년이 됐는데 지금도 버스 타게 해 달라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만 더 달라는 게 아니라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동료 의원들이 제 말을 비중 있게 들어주셨습니다.

아울러 활동보조서비스, 저상버스 등 장애인 관련 각각의 정책들을 하나로 묶으면 장애인들을 시설에 감금하지 말고 지역사회에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등원 이후 이상호 시의원이 노력과 책무를 다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3개월간 의회 사무실에서 아예 취침을 했습니다. 장애인들도 장애인에 관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간담회가 있으면 일반인의 3배 이상 참석해 우리 것만 주장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한 연대의식을 보여줬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증언과 각종 토론회, 간담회, 전시회, 본회의장에서의 5분 발언 등도 끊임없이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료 의원들이 심정적 동의에서 정책적 동의로 결의까지 하게 됐으며 등원 첫 해인 2010년 무상급식 예산 679억 다음으로 많은 320억을 장애관련예산으로 한 번에 통과시키게 됐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예산을 비롯한 시의회 통과 예산을 2011년 1월 초 통째로 대법원에 제의하면서 6개월 동안 이뤄냈던 320억이 한 순간에 0원이 돼 버렸습니다.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싸운다고 결정했을 때 주위 반응은 주로 두 가지였는데, 시민단체 활동가도 아니고 시의원으로서 할 바는 다 했다는 반응과 싸운다면 도와주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 투쟁이 장기화됐다면 동료의원들의 지지삭발과 단식 등 파장이 커졌을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하고자 하는 일은

상반기에는 장애인 탈시설화, 주류화, 통합화를 시의회에 부각시켰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정책기조를 풀어내기 위한 장애인정책책임관, 장애인부서의 권한 확대, 장애영향평가제 등 프로세스 구축을 주요 화두로 삼을 것입니다.

시민소통기획관, 여성아동정책관 등과 같이 부시장 밑에 장애인정책책임관을 두고 장애인부서의 권한을 확대한다면 제가 시의회를 나가더라도 장애인의제에 대한 발언권이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연합공천에 대해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그럴 책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표성과 진정성을 벗어나는 연합공천은 거부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선거를 앞두고 장애계가 무력감과 정치적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250만 등록장애인 중 218만이 유권자입니다. 어떤 계층이라도 이 정도 유표집단이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 강자로 부상하기 위해 투표에 참여해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맹점은 장애인 당사자에게 장애인의 권리를 학습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복지전달체계 자체가 치료와 재활을, 시혜와 동정을 중심으로 프로그램돼 있습니다.

권리의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가 나서서 바꾸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갖거나 바꿔주지 않습니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