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주최로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활동보조인제도화 시범사업 확대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삶 그 자체입니다."

20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주최로 국회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활동보조인제도화 시범사업 확대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에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소장이 이같이 말했다.

사소한 일상생활에도 장애로 인해 삶의 제약을 받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서비스'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삶이라는 윤 소장의 말처럼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절실한 문제이다.

본지에서는 현재 활동보조인제도의 실태와 함께 정부가 진행중인 정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중증장애인, 언제까지 갇혀지내야만 하는가

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200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은 전체 20.4%로 이들은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중 19.7%는 전혀 도와줄 사람 없이 집안에 그대로 방치된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93.8%이상이 전적으로 가족구성원으로부터 힘을 빌어 생활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렇듯 현재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개인이 스스로 장애를 극복해야 하거나 혹은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모순된 사회구조 속에서 방치됨에 따라 중증장애인을 둔 부모와 가족의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중증장애인들에게 신변처리, 식사, 외출준비 등 일상적인 활동을 매일 보조하는 유료지원서비스인 활동보조서비스는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도 여의치가 않은 현실은 중증장애인들을 감옥아닌 감옥에서 수감생활하는 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놓고 있다. 

▽ 자립생활센터 시범지원 8개 지역뿐‥2009년까지 예산확대 계획도 全無

현재 서울 3곳, 부산, 대구, 광주 , 경남, 전북, 충남, 제주에 10개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시범운영 중에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 6억원, 지방비 9억원 등 총 15억원 만을 활동보조인 사업비와 센터 운영비 명목으로 개소당 1억5천만원씩이 지원되어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시범사업은 재가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의 자활과 자립정착을 위해 지역별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인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지원, 운영되고 있다.

이와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 시범사업에 지원하는 지원비의 규모는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금액으로, 이는 오히려 이들 시범센터의 운영에 악영향을 줄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소장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윤두선 소장은 "시범사업이 각 지역별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실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8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되어야 하며, 지원의 폭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경우, 현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의 수가 많고,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의 실시로 그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되던 지원비가 중단되면서, 민간차원의 기금이 전혀 수혈되지 못한채 부족한 시범사업예산으로만 운영되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활동보조인서비스 시간이 축소되거나 중단되고 있어, 오히려 시범사업이 장애인의 자립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자립생활센터를 고사시키는 원인으로 악작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설관계자들은 현재 서울지역의 조건을 고려한 시범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예산처를 통해 국회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09년까지 시범사업에 대한 예산 확대 계획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윤 소장은 "즉각적인 예산확대와 더불어 20006년에는 연구사업을 통해 2007년부터 시범사업이 아니라 전면적인 활동보조인 제도화 추진과 장애인당사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여 제도적 지원의 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
'희망한국 21'이 '절망한국 21'로?‥드러나는 복지정책의 맹점들

지난 9월 26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희망한국 21- 함께하는 복지’라는 사회안전망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경석 소장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은 정부의 생색내기에 불과한 '희망한국 21'이 아닌 '절망한국 21'이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들이 이처럼 흥분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점과 실현가능성 또한 미지수인 보여주기 전시행정이라는 점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종합대책의 내용중에는 2007년도에 차상위계층 중증 노인, 장애인 대상으로 '돌보미 바우처'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돌보미 바우처 제도를 도입, 연간 노인 6천명, 장애인 5천명을 대상으로 월 평균 2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바우처 방식을 통해 개인들에게 제공하여 재가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유료 재가서비스 시장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을 돕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 관련 단체들에서는 '돌보미'라는 말은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시혜적으로 은폐시키는 요소가 강한 언어라고 지적하며 '활동보조인'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고, 지원대상 또한 차상위계층이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전체 장애인이 고루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확대, 지원해주는 것이 타당한 조치라며, 정책의 방향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월 20만원씩 바우처방식에 따라 개인에게 지급되어지는 지원비에 대해서도 "시급 4천원으로 활동보조인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경우를 따져 계산해 본다면 매월 평균 20만원이라는 지원비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매월 50시간 사용할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시간적으로 볼때 중증장애인은 하루에 2시간도 채 되지 못하는 시간동안만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수 있다라는 결론이 나온다"며 "결국 이번 정부의 종합대책은 현실을 무시한 터무니 없는 생색내기 쇼에 불과한 것으로 지원비의 확대, 재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인 공급의 주체를 장애인당사자가 운영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규정할 것과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법 제정 △활동보조인 제도화와 중증장애인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TFT를 구성할 것 등을 촉구했다.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은 "그동안 중증장애인은 집안에서 갇혀 세상과 단절된 체 살아왔다.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사회에 나온 중증장애인들"이라며 "더이상 정부는 시혜와 시설중심의 정책을 탈피하여  중증장애인이 시설과 가정에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하라"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 현실성 배제된 여러 정책보다 실현가능한 하나의 정책이…

사회복지문제 개선을 위해 현 정부는 과거 다른 정권들보다도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에서 정부 정책이 관련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정부 정책이 늘 실질적이고 현실적이기 보다는 무엇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되어져 오다보니 졸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잡다하게 많은 정책안을 내어놓고 비전만을 제시하기 보다는 진정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단 하나의 제대로 된 정책이라도 내어 놓았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자신들의 뜻을 내비추었다.

참여정부는 '복지국가 건설'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많은 정책적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가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현장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만은 놓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정부가 이들의 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고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해야 할 때이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오윤경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