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만 되면 마치 장애인이 이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차별 없이 살아온 것 마냥 정부와 지자체, 관변단체, 기업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앞서서 행사를 치르기에 급급하다.

장애인들을 모아 야유회를 가고, 대회를 열고, 공연을 치르며, 체육관에서 ‘불쌍한 이’들을 모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밥을 먹인다.

언론 또한 이런 행사를 쫓아 정작 장애인을 대상화시키고 억압하고 있는 이들이 벌이는 잔치에 ‘아름다운 사회’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운다.

그러나 결국 그 단 하루가 끝이 나고 나면 장애인들은 다시 이 땅에서 철저하게 버려진 존재로 취급되며 장애인이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는 다시금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우리는 이런 특별한 행사, 동정 어린 모금들이 장애인의 차별적인 현실을 바꿀 수 없음을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오며 이미 알아버렸다.

그것은 결국 그들의 지난 행태를 은폐하고, 본질을 왜곡하며, 장애인을 끝없이 대상화시키기 위한 한낱 선전도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차별하는 사회는 그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인격을 가진 주체로서 장애인을 먼저 인정하지도, 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하지도 않았다.

언제나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 혹은 부모‧가족들의 것으로 치부되었으며, 이들이 좀 더 불편하고, 좀 더 참고, 좀 더 억압받는 형식으로 항상 풀리길 바래왔었다. 하지만 결국 그 무엇도 풀리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전가시키고, 철저히 분리시킴으로써 당장의 현실, 삶의 실태를 오히려 은폐해 오고 있는 장애인의 날을 완강히 거부한다.

장애인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동정이라는 감정을 밑천으로 벌이는 면죄부 놀음에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것이다. “동정은 필요없다”

권리를, 권리로써 보장하라

지금 대한민국 장애인의 인권현실은 급격하게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은 장애등급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견고한 차별의 장벽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있는 자들을 더욱 배불리는 정책과 예산논리들로 장애인의 삶에 여탈권을 행사하고 있다.

장애등급제라는 구시대적인 유물이 강화되면서 목숨과 직결된 권리들이 박탈당하고 있는가 하면, 개인소득이 전혀 없는 중증장애인임에도 부양의무제에 갇혀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존조차 담보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시행된 장애인연금과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장애인의 삶을 오히려 옥죄고 있으며, 장애아동복지지원법과 같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열망들은 깡그리 무시된 채 버려지고 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 비단 중앙정부와 집권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들을 시행함에 있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때로는 보완하고, 때로는 새로운 정책들을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에서는 이런 의지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경상북도는 2012년 현재 7개도중 저상버스 도입대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3년까지 일반버스대비 33%를 의무도입 해야 하지만 고작 22대 도입에 그치고 있다.

2007년부터 이미 수 많은 타시도에서 시행중인 활동보조서비스 추가지원은 예산편성은 해놓았지만 활동보조를 받고 계시는 분은 추가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고 시간도 다른 타 도시보다 적게 편성되고 있다.

50개가 넘는 생활시설에 수많은 장애인이 있지만 자립을 하고 싶어도 자립생활정착금 및 체험홈과 자립주택을 지원하지 않아 평생을 시설에서 갇혀 살아가야 한다.

그 뿐 만인가!  발달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갈 곳이 없어 가족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된 채, 사회에서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다.

일자리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경북도청이지만 중증장애인들은 일자리가 없어 평생을 저소득, 빈곤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갈 곳이 없어 또다시 집으로, 또다시 시설로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경상북도는 더 이상 장애인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김관용 도지사는 장애인의 권리가 말이 아닌 예산으로 보장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가 그 자체로써 온전히 보장되기를 요구한다. 우리는 기만적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힘차게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경상북도는 저상버스 특별교통수단 법대로 이행하여 이동권을 보장하라!

경상북도는 지방도로에 위치한 휴게소에 노약자 및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라!

경상북도는 장애인이 지역에서 살 수 있도록 탈시설-자립생활권리를 보장하라!

경상북도는 활동보조지원을 확대하고 추가지원을 실질적으로 실시하라!

2012년 4월 18일

경북장애인교육권연대 및 참가자 일동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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