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일 정립회관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정립공대위)는 이완수 관장의 변칙적인 정년 연장과 관장 사퇴 후 협회 이사장직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해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일 정립공대위 투쟁의 정당성을 비판하는 ‘정립회관이 소중한 회원들의 모임(이하 정중모)’이 발족되면서 정립회관 사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맡게 된 것이다.

20일 정립회관에서는 이완수 관장을 이사장으로 결정한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 전원퇴진을 강력히 주장하는 정립공대위 투쟁결의대회가 열렸고, 같은 날, 같은 장소인 정립회관 앞마당에서는 이들을 부당함을 비판하는, 정중모가 발족식을 가져 서로가 상반된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았다.

이날 정립공대위측은 “우리는 우리 자유 의지로 집회를 가지고 이 자리를 사수하며 이 집회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정립공대위는 이완수 이사장 사퇴와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 전원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던 정중모측은 “우리는 엄연히 발족식을 가지기 위해 집회 신고를 내고 정당하게 집회를 열고 있다”며 “정립공대위의 집회는 우리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며 정립공대위의 집회는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립공대위 측은 “우리는 그간 항상 진행해오던 집회를 계속 하고 있는 것 일뿐 전혀 불법집회가 아니다”라며 “사유지에 집회 신고가 말이 되느냐, 갑자기 집회 신고를 받아 우리의 집회를 불법집회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경찰 측이 이상하다”고 집회 합법성 논쟁도 벌어졌다.

정립공대위의 집회가 먼저 시작 된 가운데 정중모 측은 차량을 정립공대위 집회 장소 바로 옆에 대고 싸이렌를 울리며 집회의 합법성과 집회 해산을 요구하며 항의함에 따라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정립공대위는 “저 차량은 틀림없이 장애인을 긴급 호송하기 위해 사용되는 차량”이라며 “이렇게 집회 시위 방해 차량으로 사용돼서 되겠느냐, 우리는 더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정소모의 항의에도 자신들은 굳은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정중모측이 "정립공대위측에 공개토론회 개최를 건의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정립공대위측의 서울경인사회복지노동조합 정립회관지부 조현민 부위원장은 “정립공대위도 공개토론회의 개최를 원하는 바이다”라면서 “현재 공문형식을 갖춰 각 단체들에게 보낼 예정이며 각 단체들의 공식적인 참여를 유도하겠다”라고 전해 두 단체가 모두 원하는 공개토론회가 조만간 개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오후 4시가 지나 정립공대위의 집회가 해산하자 정중모는 발족식을 가졌다.

20일 정립회관이 소중한 회원들의 모임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서울시 지체장애인협회 양천구지회 이안중 지회장은 “장애인 운동과 재활활동에 모태가 되었던 정립회관이 더 이상 왜곡되는 것을 볼 수 없어 이 모임을 발족하게 됐다”며 “정립공대위가 외치는 시설민주화가 과연 회원들에게 얼마나 유용한지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또 이 지회장은 “우리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운동세력의 분열이 초래되었다고 생각한다.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결성해 의견을 나누길 바란다”면서 “정립공대위를 지지하는 회원들이 많지 않다고 본다. 정립회관의 수많은 이용자들이 정립공대위의 집회와 폭력 시위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전하며 집회의 자중을 촉구했다.

정중모측은 발족문과 성명서를 통해 "정립회관 사태의 근본적인 진원은 정립회관의 비민주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간의 갈등에 있었다고 본다. 노동운동논리로 인해 극한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모든 불행이 초래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한다. 그리고 그 피해가 서비스를 받아야할 선량한 장애인들에게 가해지고 있음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립공대위가 진정 한국의 장애인의 권리와 삶을 염려하고 고민하고 있다면 정립회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시설에서 신음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살게 하고 그들에게 서비스 선택권이 부여되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관계자는 “현재 정중모는 11월 4일까지 집회 신고가 등록되어 있다”고 밝혀, 정중모가 계속 집회를 갖는다면 당분간 정립공대위와의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양측이 공개토론회 자리 마련을 원하고 있어 이를 통한 문제해결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 진정한 문제해결의 물꼬가 트일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미지수로 사태의 변화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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