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제란 기존 민법상 금치산, 한정치산자라는 제도가 갖는 사회적 낙인을 방지하고 정신적 결정능력이 부족한 치매노인이나 지적 정신장애인 등의 자기결정권과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신상감호와 재산권 보호 등을 맡는 성년후견인을 두는 제도다.

지난 해 2월 관련내용을 담은 민법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제 제도 도입을 1년여 정도 남겨두고 있다.

성년후견제 도입을 앞두고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후속법령 마련작업을 진행 중이며,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성년후견제 운영마련연구용역'을 실시한 바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한국법무사협회가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를, 성민복지재단이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를 설립했으며 한국사회복지사협회와 한국장애인부모회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 보장 및 잔존능력 활용이라는 제도의 철학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성년후견인을 어떠한 방식으로 양성할 것인가 등 성년후견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본지는 성년후견제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시행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민법개정안 주요내용

개정민법에는 성년후견제에 대해 임의후견과 법정후견 두 가지 종류를 두고 있다.

임의후견은 정신능력이 미약해질 때를 대비해 미리 공정증서를 통해 후견계약을 맺어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를 후견인에게 위탁하고 대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법정후견은 가정법원의 직권 선임이나 또는 피성년후견인, 친족, 이해관계인, 검사, 지자체장의 청구에 의해 선임토록 하고 있으며 성년후견인, 한정후견인, 특정후견인 등 피성년후견인의 잔존능력 등에 따라 다원론을 채택하고 있다. 

성년후견인은 가족 및 친족, 제3자의 후견인(전문가, 일반시민 등)과 법인 등이 있으며 피후견인의 신상과 재산에 관한 사정에 따라 복수로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년후견인 결격사유로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기 안에 있는 자, 법원에서 해임된 후견인, 피후견인을 상대로 소송을 했거나 하고 있는 자 등 성년후견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후견의 사무를 감독하는 후견감독인을 두도록 했으며 성년후견인이 이들로부터 재산의 득실변경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소송행위, 상속의 승인 등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피성년후견인의 정신병원 치료, 격리 등 직무 및 재산 매도, 임대, 전세권 설정 등 행위에 대해 성년후견인이 결정할 수 없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자기결정권 보장 및 잔존능력 활용

우선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제도의 도입취지를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성년후견제의 핵심은 피성년후견인이 재산이나 신상에 관해 당사자가 결정하도록 해야 하며 성년후견인은 이들의 판단을 돕는 보충성의 원리가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제도 시행이 구조적인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박미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총무국장은 "인천장애인복지관이 지난 1년간 수행한 후견서비스 시범사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정민법이 피후견인 잔존능력과 인권보호에 관한 거시적 시각을 정의했을 뿐,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성년후견인의 업무는 자기결정능력의 보장과 재산상 피해나 신체적 위험 등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복지적 목적 등 두 가지 상충된 가치를 균형 있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피성년후견인의 의사결정능력에 대한 정확한 판정이 요구된다"며 "피후견인의 의사결정능력의 판단 체계 및 잔존능력의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정신능력법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진일보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법은 5가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데 ▲능력결여가 증명되지 않는 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의사결정을 지원할 모든 조치가 취해졌지만 성과가 없는 경우가 아니면 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의사결정은 피보호자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의사결정 전에 필요성 있는 목적이 권리와 행동의 자유를 덜 제약하는 방식으로 실효성 있게 성취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등이다.

전동일 한국장애인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이 법이 의미하는 바는 중증장애인에게 있어 현재 있는 잔존능력이 아니라 개발된 잔존능력을 기준으로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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