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양성방안

성년후견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선결돼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인권의식과 피성년후견인에 대한 이해력과 친화력을 갖고 있으며 법률,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춘 '제대로 된' 성년후견인을 양성하는 일이다.

성년후견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친족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우리사회가 저출산, 고령화현상, 핵가족화 등으로 인해 제3자 및 법인 등의 활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성년후견제 양성을 위한 지원체계와 관련해 “제도의 경직성을 막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체계에 있어 공적인 인프라 구축은 물론 성년후견업무를 전담하는 민간기구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성년후견인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법무사협회, 사회복지사협회 등에 성년후견인 양성교육 및 보수교육 등 실시 자격을 부여하는 등 전문·민간단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엄덕수 법무사는 성년후견인 양성방식에 대해 전문직 및 민간 주도형 양성방식을 토대로 소외계층의 보호를 국가가 보완적인 기능으로 담당하는 형태를 제안한 바 있으며 이영규 강릉원주대 교수는 전문직 직능단체 및 민간단체와 정부 또는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양성에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유수진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 센터장은 “가족 및 친족후견인도 인권이나 성년후견제 관련법률, 의료, 재산관리, 사회복지 관련사항 등에 대한 일정 시간의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센터장에 따르면 법무사나 변호사 등은 장애나 치매 관련 이해를 비롯해 사회복지분야의 교육을, 사회복지사 등의 경우 성년후견제 관련 법령과 세무·회계 관련사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문후견인도 일정 영역에 대해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시민후견인의 경우, 후견인 양성교육의 전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일본의 성년후견센터 리걸서포트의 경우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필수과목으로 ▲인권 ▲복지·의료분야 ▲성년후견법 실무분야 ▲윤리 사례연구분야 등을 두고 있으며, 일반과정으로 ▲성년후견제기본법 ▲사회복지와 사회보장 ▲의학·심리학·간호학 ▲유언·상속·재산보전 및 승계 등을 교육하고 있다.

박미진 부모연대 기획총무국장은 “장애인의 특성을 잘 아는 역량 있는 장애부모나 현장을 떠난 사회복지사 등을 성년후견인으로 양성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며 “또한 가정법원 판사나 관계자, 주무부처 및 지자체 관계자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종사자 등 주체별로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국민들이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일본의 경우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나고 있으나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50% 수준에 불과하며 유럽의 여러 나라가 전체 인구의 약 1% 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데 비해 전체 인구의 약 0.05%(약 5만명)만이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이용률이 저조한 데는 복잡한 법원절차나 비용문제 등 요인이 있겠지만 적극적인 홍보의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의 낮은 이해 수준 또한 원인이 되고 있다.

유수진 성민성년후견지원센터장은 홍보와 관련해 “성년후견제는 현재의 장애인이나 치매 당사자만을 대상자로 하지 않으며 국민 모두가 잠정적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전 국민 차원에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두고 홍보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장애인이나 치매 당사자와 보호자들에게는 정부 차원의 홍보물 등을 통한 안내 뿐 아니라 장애인·노인 단체 및 관련기관 등의 개별면담, 또는 지속적인 공개설명회 등을 통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현실적인 이용방법과 제도 이용시 효과 등을 자세히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홍보를 통해 전 국민의 이해도 및 활용도를 높이고 시민 및 전문 성년후견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대상별 맞춤형 홍보와 지속적인 홍보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 밖의 과제

이밖에도 다른 제도와의 보완·상충문제, 성년후견 비용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신보건법상 정신시설의 입소 등에 관한 사항은 보호자 동의만 있으면 되지만 개정민법에서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돼 있다”며 “민법상 성년후견제가 적용됐을 때와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을 때 다른 절차를 거쳐도 되는 것인가 등 문제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년후견제가 장애인활동지원법, 정신보건법 등 기존의 유사한 제도 또는 보충하는 제도와 어떤 기능상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어떻게 기능분담을 할 것인지 연구 필요할 것”고 강조했다.

또한 전 교수는 “성년후견인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피성년후견인에게 피해를 끼쳤을 때, 민법상에서 책임을 물을 것인지 아니면 범법 차원에서 책임을 물을 것인지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재산권 문제 등은 전문지식을 갖춘 성년후견인이 맡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전문적 성년후견인과 시민 성년후견인의 역할분담 문제도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년후견의 보수와 관련해 김정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장은 피후견인에 대한 책임이라는 측면을 고려해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년후견업무에 대한 보수는 전문 성년후견인의 경우, 가정법원에서 선임 시 재산관리나 신상보호의 전문성을 고려해 정액제로 결정하는 것이 피성년후견인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자력자의 경우, 성년후견인에 대한 보수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불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보수문제로 이 제도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취지에 모순될 것이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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