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일반경쟁고용시장에서 직업을 찾거나 유지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과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며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2005년 직업재활사업이 지방 사업으로 이양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2010년까지 근로사업장, 보호작업장 등 2개 유형으로 개편되는 등 장애인 고용정책의 변화 속에서 사업성과 복지성을 동시에 가져야하는 양면성에서 오는 딜레마, 인력과 예산부족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현황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고용, 직업상담, 직업능력평가, 직업적응훈련, 작업활동, 취업알선, 취업 후 지도, 장애인생산품 판매 및 판로확대 등 제반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1979년 삼육아동불구원(현 삼육재활원)에서 출발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1986년 자립작업장 32개소가 설치되면서 본격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분리고용과 차별고용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제도권 내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경쟁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보호고용의 장으로서 꾸준한 양적 확대를 이뤘다.

2011년 6월 현재 전국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431개소로 1만2228명의 장애인근로자가 고용돼 있다.

2007년 339개소, 2008년 364개소, 2009년 386개소, 2010년 417개소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근로장애인 또한 2007년 1만260명, 2008년 1만422명, 2009년 1만1048명, 2010년 1만1770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설유형별로는 2011년 6월 기준 근로사업장 50개소에 1997명 장애인근로자가 고용돼 있고 보호작업장 381개소에는 1만231명이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양적인 확대에도 불구, 현장과 정책, 이를 둘러싼 시스템의 부조화 등 질적인 측면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역할과 기능, 운영 면에서 모두 딜레마에 빠져있는 현실이다.

유형개편 이후, 중증장애인 재활 및 고용 '역행'

복지부는 2007년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2000년부터 작업활동시설, 직업훈련시설 등 5개 유형으로 돼 있던 직업재활시설을 장애인근로작업장과 장애인보호작업장 2개 유형으로 구분해 2010년 말까지 유형개편을 마쳤다.

근로작업장의 경우,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 및 접근성이나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능력적응 및 직무기능 향상훈련 등 직업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근로의 기회와 임금을 제공하며 근로작업장이나 경쟁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임금기준은 근로작업장의 경우 근로 장애인의 2/3 이상에게 최저임금 이상, 1인당 월평균 임금이 최저임금의 80% 이상 지급토록 했으며 보호작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2/3 이상에게 최저임금의 40% 이상, 1인당 월평균 임금이 최저임금의 3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유형개편 이후 시설들이 다양한 수익사업 등 자구책 모색을 통해 중증장애인에게 임금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보다 높은 임금수준을 확보하게 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편의 내용이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직업훈련과 재활 및 복지서비스에 대한 고려는 배제된 채 생산성과 임금 등이 강조되면서 직업능력이 뛰어난 장애인만 선택하고 오히려 직업재활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현장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성마비 등 직업적 중증장애인의 잔존능력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유형개편 이후, 기존의 작업활동시설과 직업훈련시설이 담당하던 잔존능력개발이나 직업적응훈련 등 고용이전 단계가 제외된 시스템으로 고착화되는 것도 문제다.

신직수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사무국장은 "직업재활시설의 생산성이 강조되고 복지부의 임금기준을 맞추기 위해 능력 있는 근로장애인들을 시설에 고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과 고용기회 확보라는 본래의 기능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력난, 운영난, 판로확보 난항 등 '삼중고'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소요경비는 2005년부터 지방 사업으로 전환돼 지자체의 예산으로 충당토록 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지자체장이 관심을 가지는 사업, 선거에 필요한 사업 등 타 사업에 밀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력지원을 적게는 2명, 많게는 8명을 지원하는 등 지역불균형도 심하다.

부족한 예산은 자체 수입이나 후원금으로 충당토록 하고 있지만 근로장애인들의 노동능력의 한계, 판로 개척 및 마케팅 능력의 한계, 단순임가공업 등 2차산업에 편중된 업종 등 직업재활시설의 수입으로는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벅차다.

근로능력이 더욱 열악한 보호작업장은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1년부터 정부는 중증장애인우선구매특별법에 따라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 구입하는 물품 총구매액의 1%를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구매토록 하고 있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판로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2011년 9월말 기준으로 전체 전체 431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중에서 206곳은 중증장애인생산품생산시설로 지정돼 특별법의 헤택을 받고 있으나 나머지 225곳은 지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정부는 2005년 이후부터 직업재활시설의 신축이나 증개축, 장비 구입 등 위해 기능보강비를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직업재활시설의 가장 큰 난제는 종사자와 근로자의 임금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전체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 월평균 임금은 27만8000원으로 나타났으며 근로작업장은 임금 평균이 81만6000원, 보호작업장의 경우 18만1000원으로 파악되고 있어 유형개편 이후 복지부 지침을 맞추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것를 알 수 있다.

종사자의 경우, 직업상담, 직무적응지도, 직무분석 및 배치, 생산품질 확보, 새로운 아이템 개발과 판로개척 등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하지만 30인 이하의 보호작업장의 경우, 3~4명의 종사자만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곳 장애인 대부분이 휴먼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들로 3~4명의 종사자만으로는 이들을 케어하는 것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제시된 종사자 배치기준을 생산적 활동에 중점을 두고 필요한 인력이 지원되도록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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