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이호균 소장

 
2000년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각 시도에 아동보호전문기간인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지정운영되고 1391아동학대신고상담 긴급전화가 개설된지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아직도 아동학대와 방임 등의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어 이에대한 보다 강력한 정부의 정책보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 있었던 충북 진천 어린이 암매장사건과 계속된 학대에 못이겨 아버지를 살해하게까지 된 강릉 여중생 사건, 대구어린이집 사건, 수경사 사건 등 나열하기조차 힘든 많은 아동학대 사건은 우리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한국복지재단(회장 김석산)은 아동학대예방센터 개소 5주년을 맞아 25일 한국언론재단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아동학대예방사업의 도전과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복지환경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체계수립 및 직원소진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된 이번 세미나의 중요 요점을 정리해본다.

▽아동학대 매년 지속증가, 폭력 재생산 우려
1391 신고건수는 2001년 4,133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4년에는 6,998건, 올 상반기에만 4,159건으로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또 아동학대의 결과로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극단적인 경우도 2003년 3명에서 2004년 10명, 2005년은 상반기에만 4명에 달했으며, 가정으로 복귀되었다가 재신고된 사례건수도 2004년(533건)부터 급격히 증가해 올 상반기에만 3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일한 아동이 여러번 재신고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올 상반기동안 아동학대 사례 유형을 보면, 중복학대가 851건(36.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방임 818건(35.0%), 정서학대 263건(11.2%), 신체학대 240건(10.2%), 성학대 100건(4.3%), 유기 71건(3.0%)순이었다. 아동학대 발생장소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학대가 매년 80% 이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지난해와 올 상반기동안에는 각각 75.5%와 76.5%로 감소추세를 보였다. 피해아동의 연령은 만 12-14세가 2003년 538명에서 올 상반기 525명으로, 만 15-17세는 2003년 243명에서 344명으로, 만 18세는 3명에서 25명으로 증가하는 등 청소년층에 대한 학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복지재단 김석산회장(왼)과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김성이 회장이  세미나에 참석,개소 5주년을 축하했다.

▽아동학대는 '남의 가정사'?
신고의무자 신고율 30%도 안돼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는 각 시·도별로 지정·운영되어 있는 아동학대예방센터를 비롯하여, 행정계·사법경찰계·교육계·의료계·법률계 등이 함께 협력하여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일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신고의무자여야 할 사람이 학대행위자가 되기도 하고, 민첩하게 협력해주어야 할 이들이 아동학대는 '남의 가정사'라는 인식을 지닌, 인식전환이 필요한 최우선적인 교육대상자가 되기도 한다.
서울대 이봉주 교수(사회복지학)에 따르면 센터 개소이래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30%를 넘은 적이 없다. 또 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중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를 실제로 신고한 응답자는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동학대임을 분명하게 확신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39%에 이르고 있다.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 인력부족, 신분보장 등의 어려움 겪어

현재 우리나라에는 중앙아동학대예방센터 1개소를 비롯하여 각 시·도별 거점센터 19개소, 지난해 이래 증설되기 시작한 소규모센터 19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 거점센터는 소장·회계직을 포함한 8∼9명의 인력, 소규모센터는 소장·회계직을 포함한 4∼5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거점·소규모센터를 각 1개소씩 운영하고 있는 시·도의 경우, 한 개 시·도의 아동학대사례개입을 10여명의 상담원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 된다.
 
즉 관할지역의 광대함, 아동인구수, 기본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수행업무들을 생각하면, 센터의 인력은 그야말로 턱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기반의 행정기관·사법경찰기관 등 아동보호체계 내의 협력·협조관계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지 않을 경우, 이들의 업무 과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전국의 아동학대예방센터는 보건복지부가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공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채 센터 상담원들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아동보호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제도적, 절차적 한계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대 윤혜미 교수(아동복지학)의 지난해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상담원들의 89.4% 신변안전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신변안전을 염려하는 상담원들의 정서적 탈진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들은 업무의 특성상 항상 신변안전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사례 개입에 대한 일반인과 학대행위자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여 상담원의 업무에 대한 협조 부족은 물론 신변의 위협도 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제로 상담원이 학대 가정의 학대자에게 살해되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이태수 원장은 사회복지환경변화와 아동학대예방센터의 도전과 과제에 대해 기조강연을 갖고 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관련법 인프라 정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담원 소진 심각…아동보호서비스 질 자체 영향 줄 수 있어

아동학대 및 방임사례의 지속적인 증가 및 그 심각성은 센터 상담원의 숫자나 소규모센터의 증설 속도를 능가하고 있어 아동보호를 위한 최일선 현장인 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원들의 신체적, 정서적 탈진과 소진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지난해 17개 거점 센터의 124명 상담원 전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30.2%가 1년 미만, 16.3%가 1년 이상 2년 미만의 근무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연구에서는 개소 4년여 시점에서 27.6%의 상담원이 1년 미만, 2년 미만은 53.4%로 나타나 그동안 상당한 이직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윤혜미 교수는 "센터 상담원의 소진은 아동보호서비스의 주 클라이언트가 위기의 아동임을 생각할 때 매우 중대한 문자"라며 "학대받는 아동을 위한 최일선의 실무자로서 아동보호서비스의 질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확충 등 국가지원 필요

센터 상담원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적 문제로 봐야 된다며 법적·제도적 보완 및 예산적·재정적 확충을 통하여 거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또한 더 이상 아동과 상담원의 희생을 담보로 한 아동보호체계여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아동학대예방센터 이정희 소장은 "제한된 자원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도록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며  "이로 인하여 원천적인 해결이 없이 종결된 사례들은 재학대로 이어져 또다시 이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은 커지고 결국엔 소진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복지재단은 24일을 시작으로 28일까지를 아동학대예방주간으로 정하고 27일 서울 잠실역에서의 수도권 캠페인에 이어 대구, 광주, 제주, 부산, 전남, 강원 등 전국적으로 릴레이 캠페인을 전개한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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