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인정조사표가 장애상태 평가에만 중점을 두고 있을 뿐 중증장애인들의 장애특성과 생활환경, 사회참여욕구 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간담회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소속 활동지원제공기관들은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활동지원제로 제도화됐음에도 불구, 인정조사표가 장애특성, 생활여건 등을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공단 장애인지원실 및 전국 7개권역 관계자 등 10여명과 한자연 소속 센터장, 사무국장 30여명 등 총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활동지원제공기관의 입장에서 이용장애인과 제공기관이 느끼는 제도개선 요구사항 등을 공단에 전달하고 의견을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센터장들은 “장애상태만 보고 인정조사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전반적인 생활이나 활동에 있어 지원이 필요해도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의 숙련도를 판단하다 보면 점수가 거의 나오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정조사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는 구조 갖춰야 한다”며 “센터 동료상담가 등 통해 해당 장애인의 생활여건과 활동욕구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등 공단이 제도 개선 위해 노력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사회참여를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해 10월부터 시행중에 있으나 활동지원 시간을 책정하는 인정조사표가 노인장기요양제도의 판정도구와 유사한 데다 장애유형의 반영 없이 단일한 기준 사용으로 일부 장애인의 경우 실질적인 욕구상태에 턱없이 부족한 판정을 받고 있다.

이날 센터들은 장애인활동지원수급자격심의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에 장애인당사자 및 제공기관 실무자 등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들은 “복지관 관장, 사회복지공무원 등 현행 수급자격심의위원들은 대부분 비장애인, 경증장애인인 경우여서 중증장애인서비스인 활동지원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다”며 “장애인당사자 및 실무를 맡고 있는 인력 등이 장애상태에 맞는 판정에 있어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날 한 센터 실무자는 공단 직원의 장애인식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그는 “한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하려고 추가시간 신청을 했다. 그는 약간의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자립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다”며 “그런데 조사를 나온 직원이 “이 정도 중증이면 시설에 들어가는 게 낫지 않겠나”고 했다. 장애인 뿐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이 무엇을 조사를 한다는 건가”라며 공단 측에 직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요구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활동지원이 꼭 필요한 루게릭병 환자가 장애등급판정에서 병원진료기록이 미흡해 2급으로 하락한 경우 등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장애등급판정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 한 센터장은 "등급판정이 형식적으로 서류화돼 있어 실제적인 장애상태조차 판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센터장은 “2급이라도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고, 1급이라도 서비스가 덜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인정조사라는 별도의 서비스 판정이 있는데 등급을 갖고 잘라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장애등급에 따른 서비스지원체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동보조인들이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는 상태에서 최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데 대해 장애정도와 활동보조인의 숙련도에 따라 수가를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밖에 ▲활동지원 긴급지원 시 신속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행정소요시간을 단축할 것 ▲자립생활, 출산 등 추가급여기간(6개월) 만으로는 자립생활 정착 및 육아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연장할 것 ▲체험홈 거주 시 개별생활을 하는 것이므로 독거특례 인정할 것 등 요구사항이 제시됐다.

서인필 공단 장애인지원실장은 “올해 안에 활동지원제도개선위원회 추진해 장애상태에 따른 차등지원 등 제도개선 문제 논의할 것”이라며 “인정조사에 대해서는 내년도에 연구용역 실시해 전반적인 설계부터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활동지원제 시행 초기로서 활동지원제공기관 운영매뉴얼 구축(5~6월), 제공기관 평가(9월) 등 제공기관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제도정착 부분에 주력할 것”이라며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 및 패널티 부여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공기관 탈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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