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또 다시 민간어린이집들의 대대적인 횡령 사건들을 적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민간 어린이집의 횡령과 아동학대 사건을 지켜보면서 참 답답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드는 한편 속편하게 남들과 같이 손가락질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어린이집의 운영 형태를 잘 모르거니와 이미 보육을 둘러싼 여러 정책적 환경들이 많이 바뀌어서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돌봄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책에 무언가 찜찜한 구석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운영비의 절반 정도를 지원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입장에서 보면 아동들의 우유값 등을 떼어 먹고 특별활동비 등에서 소위 카드깡을 저지른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들의 행태는 그야말로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하는 격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국가 정책으로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그 재원 마련에 지자체장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리를 들으면 ‘학령기 아동의 방과후 돌봄은 언제 저렇게 한 번 국가의 중대 사업으로 제대로 예산편성의 기회를 가져보나, 참 부럽다’ 하고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 편에서는 대대적으로 보육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또 한 편에서는 그 생색내기를 감당해야 하는 지자체들의 부담감이 하늘을 찌른다고 죽는 소리를 연신하는 바로 그런 순간, 이런 횡령 사건들이 대대적으로 적발되고 여론에 그 사태들이 낱낱이 보도되는 일도 참 우연치고는 그렇다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다.

오늘까지의 발표를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어린이집 181개소가 적발되고 원장 46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한다.

기사 발표를 보면 2009년부터 보육교사의 허위 채용으로 보조금을 불법적으로 수령했다는 사실 등을 적발해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이번 조사가 2009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매우 광범위한 것이며 현재 수도권에 제한되어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전국적으로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초유의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해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방법의 불법과 탈법의 횡령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는데, 심지어 용산구 등에서는 양심적이던 어린이집 운영자를 왕따 시키고 몰려가 동조할 것을 종용하는 등의 심리적 압박을 가해 결국은 함께 불법을 저지르게 만드는 등의 실태까지 알려지면서 민간 시설들에 대한 심리적 혐오감까지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이런 사실 한편에서 정부나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만5세 유아들에 대한 무상 보육정책에 대한 지원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민간 어린이집의 횡령은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필요한 정책 제안은 언론의 주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즉 일각의 지적처럼 이번 사태가 민간에서 운영하는 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들을 만들 방안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영유아 부모들이 현재 민간 시설들을 절대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과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필요한 조치들은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은 뻔한 길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이들에 대한 지원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강화된 관리감독체계를 요구할 것이고, 이를 감당해야 할 것은 그 동안 주변의 불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어린이집 현장을 지켜온 대다수의 선량한 운영자들의 몫이 되고 말 것이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속 편하게 너만 깨끗하다면 어떤 잣대를 갖다 댄들 뭘 못하겠느냐고 하겠지만, 이들의 고통은 그 깨끗함을 증명하기 위한 대부분의 일들이 증빙 서류를 만들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일로 어린이집의 종사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로부터 손길을 거둬야 가능해지는 일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선량한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고통이 앞으로 정말 적지 않겠다는 생각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이었으면 왜 진작 감독관청에서 적절한 관리감독 업무를 미리미리 수행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태반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일은 한편에서는 그 동안 관리 감독이 소홀히 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를 묵혀 놓았다가 민간 보육시설들은 다 그렇게 해먹는 사람들이나 있는 곳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그 동안 돌봄을 받아온 어린이들나 부모들 모두가 불안에 떨도록 만든 데에는 누구보다 이번 사태를 묵혀 온 보건복지부와 일선 지자체들이 큰 몫을 한 셈이 된다.

현재의 무상보육 정책의 정당성과 그 정책의 실현 방안은 따로 논의를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에 대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에게 소중한 정책들을 내어 놓을 때에는 그 정당이나 정치인 한 사람의 인기를 우선시하기 보다는 국민들의 권익을 앞서 고려하고, 서비스 제공자들의 적절한 헌신과 공익 정신을 이끌어낼 만한 정책적 환경을 충분히 마련했는지를 고려하는 현명한 정책적 판단력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는 무상보육을 다 해줄 것처럼 해놓고 한편에서는 시설 이용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건을 걸고, 또 한편에서는 대다수의 민간 어린이집들은 절대 아이들을 맡겨서는 안 되는 무리들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 같아 국민들이 갈팡질팡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준다고 약속은 해놓고 이런데도 먹을 거야 하고 물으면 막상 먹을 수도 안 먹을 수도 없는 그런 지경이 된다는 말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민간 돌봄의 한 영역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에게 다음의 점들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싶다.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와 같이 이용자들이 끊임없이 오고가는 현장에서 은밀한 불법이나 탈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는 점이다.

물론 당장의 운영 현실이 어렵다보면 유혹이 몰아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운영의 어려움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해결로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렇게 몇 사람이 전체의 노력을 무(無)로 돌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되면, 당장 그 사람은 물론이고 전체 현장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한 때 동료로 또한 동지로 그 현장을 지켜 온 사람들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너무도 치명적인 일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더불어 사태를 현명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이번 어린이집의 횡령 사건을 보면서 국가의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오는 시점 혹은 그런 예산의 투여를 앞두고 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관리감독 체계가 강화된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리 감독 과정에서 일정하게 불법이나 탈법의 유형이 발각되면 그런 패턴을 단서 삼아 광범위한 범위의 색출 작업이 벌어진다는 점도 알아야 할 것이다.

지역아동센터가 학령기 방과후 보편적 돌봄을 국가의 중대 사업으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정책 입안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장이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을 함께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제 체계가 잡혀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현장은 더욱 조심할 일이다.특히 범법이 아닌 미숙함마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도 명심할 일이다.

이는 지역아동센터의 업무와 관련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정보와 교육의 기회가 아직 충분하지 못한 까닭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일단 문제가 지적되면 몰랐다는 사실로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역사회와 각 협의체 및 지역아동센터 지원단을 중심으로 이 점에 관해 좀 더 실질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남의 집의 불난 일을 두고 자기 집의 단도리를 먼저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닌 줄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을 두고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음과 게으름이 될 일이다.

이번 어린이집의 사태를 냉정히 지켜보면서도 착잡한 심정이 드는 것은 선량한 어린이집의 종사자들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지경에서 온갖 뒷감당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이해되기 때문이다.

부디 지역아동센터들도 이번 일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서로의 노력을 무위(無爲)로 돌리지 않도록 내 마음의 경계령을 또 한 번 세울 일이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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