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법 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촉구하며 광주에서 서울까지 총 500km의 세상걷기를 진행해 온 한 발달장애인 가족이 21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자폐장애인 이균도 씨와 그의 부친 이진섭(부산 해운대 장애인부모회 회장) 씨는 지난 4월23일 오전 10시 광주시청을 출발해 전주→대전→청주→천안→수원→인천을 거쳐 21일 서울 보건복지부 앞에서 대장정을 마감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균도 부자는 “이번 세상걷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모든 장애인가족들이 바라는 발달장애인법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지 함께 공감하고 우리사회가 어떻게 변화돼야 하는지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균도 부자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건강 의료 주거 고용 등 다양한 서비스와 권익옹호체계 등 지원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일본 등 복지선진국들은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서비스 등을 담은 별도의 법률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균도 부자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발달장애인들은 일자리를 가지기도 어려우며 정부가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사회활동이나 여가를 지원하는 서비스는 전무하다”며 “발달장애인은 오로지 부모에게 의지해 살아가거나 시설에 평생을 갇혀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며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복지선진국들과 다르게 정신적 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와 지원체계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체계도 없을 뿐 아니라 부모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부모에게 부양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도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국민의 기초생활에 대한 보장의무를 가족에게 떠넘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초법은 소득이 최저수준 이하인 사람을 대상으로 현금급여를 제공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나 수급자에게 ‘부양의무자’로 규정된 부모나 자녀가 있을 경우 수급자가 전혀 소득이 없거나 심지어 부양의무자가 수십년째 연락조차 되지 않더라도 대상에서 탈락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2009년 10월, 한 장애아동의 부모는 자신이 죽으면 장애자녀가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참한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부양의무자 기준은 부양자와 피부양자, 즉 가족관계를 파탄 내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자에서 탈락된 수는 전체 국민의 100만명에 달하고 있다.

한편 균도 부자는 지난 해 3월과 9월,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부산을 출발해 서울까지, 부산에서 광주까지 장장 1200km를 걷는 대장정을 펼친 바 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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