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한국의 사회복지분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폭풍우 속 바다를 표류하는 조각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사회복지예산 지방이양, 사회복지시설들에 대한 평가인증제 실시 등 정부가 ‘선진복지국가 구현’이라는 기치아래 실시하고 있는 모든 정책적 이슈들이 사회복지 현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회복지시설들은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견디고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월 20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는 15,000여명에 달하는 전국 사회복지인들이 모여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하면서 자신들의 의지가 수용될 때까지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서는 집회가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복지정책이 이같이 심각한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견치 못했을까? 선진복지국가로 가는데 필요한 예산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점은 전문지식을 갖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시작된 정부의 정책, 그리고 이에 된서리를 맞고 있는 일선 관계기관들, ‘진정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의구심을 갖게 한다.

본지(本紙)에서는 지난 1년, 국내 사회복지업계에 이슈가 되고 있는 정부정책들에 대한 허와 실, 그리고 이를 맞춰나가고 있는 현장에서의 문제점, 더 나아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져보았다.[편집자 주(註)]

▲ 일방통행 하고 있는 정부의 복지정책

① 지방자치단체로의 복지재정 이양

정부는 올해초 사회복지재정에 대한 지방이양을 전격 추진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지방이양문제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수차례에 걸친 세미나, 공청회 등을 통해 성토했다.

그들은 △복지사업의 단계적이고 순차적인 지방이양 △지방이양보다 우선되어야 할 장애인 복지재원 확대 △이양시 초래될 지자체 재정 악화와 복지사업의 축소 우려 △복지재정의 위축 △지역별 복지격차의 심화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복지부는 “지역주민의 복지향상과 편의 증진을 위한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수 사업들이 시설 등에 대한 운영비 지원이므로 자치단체가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곤란하고, 시설 신․증축 등 특정 지자체에 부담이 편중되거나 지자체가 기피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제외됐다”며 지방이양을 정부의 뜻대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② 사회복지기관 시설평가사업

정부는 또다른 사업으로 올해초부터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시설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부터 오는 2007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활동중인 장애인, 노인, 모자, 아동복지시설 등 총 1,800여개소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정부는 시설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시설의 투명성과 서비스의 질 향상, 정부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합리성 추구,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선진화 지원 등을 이룸으로서 선진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반대와 우려의 의견을 아직도 말하고 있다. △매년 평균 600여개소의 복지시설을 평가한다는 부분에 대한 실현가능성 △기존의 평가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속에서의 평가에 대한 신뢰성 △평가전문가의 부재 속에 진행되는 평가의 정확성과 충실성의 문제 △사후관리지원체계에 대한 구체적 대안 부재 △평가받는 시설들의 다양성에 맞출수 있는 평가 패러다임 등 많은 문제점들을 걱정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정부의 평가에 대해 “정부가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는 도외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정부의 정책 분석

① 복지사업의 지방이양

정부가 사회복지재정의 지방이양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정부의 예산확보에 대한 어려움의 해소’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복지시설들의 반발을 예상치 않았을리가 없는 정부가 이를 감내하면서 까지 지방이양을 추진한데에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문제와 함께 빈곤층의 급증 등으로 발생되는 복지수요를 중앙정부의 예산으로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다라는 판단아래 대안책으로 지방이양이라는 차선책에 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구실은 “중앙정부는 전체적인 면에서 사회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프라구축에 전념을 해야 하고, 반면 지역사회단위의 각종 복지프로그램 운영은 지역실정을 잘 아는 지자체가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정부의 정책으로 올해초부터 그간 중앙정부가 집행해왔던 국고보조금 12조 7,000억원 가운데 9,851억원이 지방으로 이양됐고, 149개나 되는 사업이 지방으로 옮겨지는 등 사회취약계층 복지서비스 사업(노인복지, 장애인복지, 아동복지 지원사업 등)이 대거 지방 이양되는 현상이 가속화되어져 왔다.

또한 복지부 예산중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해 왔던 기초생활급여와 의료급여를 제외한 나머지 1조 3,720억원 가운데 43.2%가 지방으로 이양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반면에 중앙정부의 부담은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나타냈다. 올해부터 지방이양된 사회계층 지원사업으로 인해 중앙정부의 부담은 474억원(7.8%)이 감액되는 효과를 볼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재정능력 부족으로 올해 복지사업에 필요한 예산소요액(1조 4605억원)의 92.3%만이 확보된 가운데 약 1천억원의 복지예산 부족이라는 구멍이 생기게 되었고, 이를 메우기 위해 지자체들이 선택한 것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의 축소와 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임금 동결 등 단기적인 부분의 대처였고, 그 결과 중앙정부의 의지와는 반대로 복지서비스가 후퇴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결국 정부만이 권리를 내세운 정책을 통해 한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효과를 거둘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② 평가를 위한 평가…사회복지시설평가제

정부의 복지업무 지방이양과 함께 정부가 골치아픈 또다른 문제를 손안대고 해결하기 위해 진행중인 것이 사회복지시설 평가사업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물론 평가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환경과 평가시스템으로는 별 의미를 찾을수 없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현재 진행중인 사회복지시설평가제는 효율적인 시설 관리와 복지시설의 질적향상이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자연스러운 복지시설의 정리(整理)와 함께 국가의 입장에서는 예산부담 없이 시설평가를 위한 준비과정 속에서 시설들의 자비(自費)로 만들어질 시설 환경개선 효과를 감안해 둔 일거양득의 숨은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전국에서 활동 중인 복지시설에 대한 정확한 분석(인가시설보다 비인가시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로서는 수용인들에 대한 처우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잦은 사회 이슈로 부상되는 복지시설들의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복지시설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를 정부가 직접 움직이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통해 도태시키거나 정리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한편 평가대상 시설들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시설의 운영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국가의 지원이 없는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위해서는 운영자산을 털어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설들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바라는 복지시설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질수 있는 것이다. 

▲ 현실화되어지고 있는 문제점들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현재 복지시설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빈축을 사는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지방이양 이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관심도에 따라 사회복지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지자체의 신규시설 확충 기피는 물론 입소자의 거주지 제한, 광역자치단체의 조정기능 상실, 지방 특화사업의 축소, 종사자 처우의 악화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위원장 윤찬영)는 복지분야 정책브리핑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 자료 통해 참여연대는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를 내실화하고 복지인프라 구축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복지재정 책임을 지자체에 전가하는 것은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현재 지방이양된 사회복지사업을 전면 재조정해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고, 포괄보조금 제도 등의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노인인구의 급증이나 가족기능의 약화 등으로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신규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지방이양 한 것은 치명적인 정책오류로 시간이 흐를수록 지자체의 재정능력의 격차로 인해 지역간 복지격차가 심화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부채질 한 꼴 뿐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울을 재정자립도는 95%에 달하고 있으나, 도의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2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비 및 인건비 부족으로 운영 불안정 사태가 초래되고 있으며, 신규사업 역시도 지자체 예산부족의 가능성으로 인해 사업에 대한 시도(試圖)자체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국의 15,000여명에 달하는 사회복지인들이 지난 10월 20일 서울 여의도에 모여 집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 관계자는 “더 이상은 악화되어 가는 현실을 눈감고 감뇌할수 없다라는 그들의 의지가 이들을 여의도에 모일수 있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많은 관계자들이 이권보다는 자신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하나된 목소리로 뭉쳤다는 것은 지금의 사태가 얼마만큼 심각하게 진행되어져 가고 있는가를 확인시켜주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인 복지인들은 사회복지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무책임한 지방이양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정부가 환원조치를 취하는 날까지 적극적인 투쟁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결의했다.

그리고 이런 자신들의 의지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총선시 유권자로서의 권리행사와 시설종사자들의 총파업, 운영자의 시설허가증 반납 등 총체적인 저항도 불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책

참여연대는 복지재정의 분권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에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단기적으로 현재 지방이양된 사업을 국고보조사업으로 전환하고, 복지에 대한 국가의 재정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의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책임을 강화하고, 기존 국고보조사업의 문제점을 극복한다라는 세가지 원칙아래 포괄보조금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대안책을 내어놓았다.

또한 복지관계자들 역시도 이 문제에 대해 사회복지의 국가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선진국과 같이 중앙정부에서 체계적이고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하거나 사회적 여건이나 기반이 조성될 때까지 지방이양을 유보하고, 복지정책을 사회적 협의 없이 先시행 後보완하는 식의 일방적인 진행의 자제를 요구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대안은 정부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복지시설평가의 문제에 있어서도 전문가들은 평가전담기구의 미설치, 평가 후 시설운영에 대한 사후 관리지원체계 미비, 지역 특성에 따른 지역편차를 반영할수 있는 평가방식의 결여, 중앙 및 시도의 역할 불분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사회복지기관내부의 직무평가와 프로그램 평가의 활성화와 지자체에 사회복지사업의 후퇴를 방지할수 있는 통제기능 확보, 정부부처와 민간 전문기관의 이원화된 평가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 닫으며

사태가 이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속에서 정부는 현재까지는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간 참여정부는 사회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늘 용두사미가 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아동보육에 대한 예산문제가 기획예산처의 제동으로 주춤했던 것처럼 사회복지문제 역시도 예산을 둘러싼 관계부처간의 입장차로 인해 제대로 된 정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늘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그림만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이를 어떻게 그려 좋은 그림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뒤에 구체화시켜 내어 놓지 못해 왔다.

매년 몇 조원씩 투여가 되어야 해결될 사회복지문제를 정부는 한번도 지금 상황으로는 어렵다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

아니 오히려 ‘희망을 가져라’라고만 부르짖어 왔는지도 모른다. 이제 정부가 바뀌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 속에서 올바른 정책의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심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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