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육규제 개선안이 오히려 보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관련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보육협의회는 보건복지부가 18일 내놓은 보육규제 개선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특히 사택설치 허용, 보수교육 출석사유 확대 등을 통해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할 것이며, 어린이집 운영을 책임지는 원장의 외부활동을 포괄적으로 허용함으로서 보육서비스의 질을 낮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육규제개선안은 ▲행정절차적 규제 간소화, 보육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소규모 어린이집 재무․회계규칙 간소화, 어린이집 인가 시 보증보험 가입의무 완화, 생활기록부 사본 3년 보관 의무 삭제) ▲설치기준 합리화(보육교직원 기숙시설 설치 가능토록 합리화, 사택과 보육시설이 층으로 분리되는 등 보육환경에 저해 우려가 없다면 원장 사택 허용)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보육교직원 운영기준 합리화를 위해 어린이집 원장 변경 인가신청기간을 원장 변경 7일 전에 하도록 하는 규정 삭제, 보육교사 보수교육 출석 인정범위에 ‘어린이집 행사’ 포함, 보육교직원 강연 등 외부활동에 대한 자율성 확보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평가인증 우수 어린이집 및 공공형 어린이집, 1년간 점검대상에서 제외하고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간 대표자 변경 시 확인방문 후 인증 유지 등도 담겨 있다.

단체들은 의견서를 통해 “세입 세출 증빙서류 규정은 보조금을 지급받는 모든 기관에게 요구되는 회계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라며 “보육시설 전반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간소화 방침은 어린이집의 회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국민적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보증 가입은 시설장의 법령 위반으로 보조금 환수를 할 경우에 대비한 경상보조금 및 보육료 수입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보증하는 것인데 이를 삭제할 경우 결국 반환명령의 실효성이 저하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복지부는 부채비율을 자산의 50% 미만으로 강제하는 법령개정을 추진해 보험보증 가입을 대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설장의 위법행위로 인한 보조금 환수를 위해 복지부가 일일이 반환소송을 진행해야 하므로 인가 시 재산기준 강화지침이 반환보증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보육교직원 기숙사 설치와 관련 “보육교사인력 채용을 위한 농어촌의 기숙시설 외 다른 지역의 설치를 허용할 경우, 원장과 보육교사가 1:1로 계약하는 현재 상황에서 보육교사의 노동 강도는 강화될 것”이라며 “원장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하는 방안”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의견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 변경 인가신청기간을 원장 변경 7일 전에 하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토록 한 것은 원활한 원 운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어린이집 운영, 보육교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도리어 변경 인가신청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보육교사 보수교육 출석 인정범위에 ‘어린이집 행사’ 를 포함한 것은 어린이집 행사의 내용이나 횟수를 제한하지 않을 경우 보수교육이 형해화될 가능성 높다.

보육교직원의 강의 등 외부활동에 자율성을 부여한 것은 자칫 어린이집 원장들의 겸업 및 겸직 등을 조장해 원 운영에 대한 충실의무 이행을 저해하며 다른 교사의 업무를 가중시킬 우려도 있다.

한편 단체들은 평가인증 우수 어린이집 및 공공형 어린이집 등에 대해 1년간 점검대상에서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건부 반대를 내세웠다.

이들은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시설로 공공성을 국가와 지자체가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게다가 각 부처별로 다양한 목적의 지도점검을 시행하고 있는데 대해 다른 부처의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까지 규제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인증 우수 어린이집 및 평가인증제 완료 후 6개월 이내 어린이집’은 지도 점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어린이집이 개인사업장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의 공적인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적기관임에도 불구,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간 대표자 변경 시 인증을 유지하는 것은 세습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며 “현실적으로 편법에 따른 증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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