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집회에서 연행돼 유치장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5월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은 2008년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여성 4명이 지난 해 8월 국가를 상대로 각각 600만원씩 총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 국가가 원고 4명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탈의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자살방지 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들 여성들은 2008년 8월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수용됐다.

신체검사 직후 경찰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상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피해자들은 체포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지내야 했다.

이번 소송과정에서 국가는 유치인이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청 훈령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등을 들어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어 탈의조치가 합법적이었다고 항변한 바 있다.

그러나 2003년 이후 국내 교도소·구치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또한 교도소·구치소의 경우 여성 수용자에게 1인당 3개까지 브래지어 소지를 허용하고 있고 판매까지 하고 있음이 소송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30일 “그동안 여성 유치인의 브래지어를 강제로 탈의시켜 온 경찰 관행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최초로 확인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판결은 유치인이 “유치장 내 브래지어 탈의를 규정한 관련규정들이 행정조직 내부의 행정명령에 불과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원회는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사실상 경찰이 구금된 여성에게 위축감과 수치심을 주려는 성별화된 폭력”이라며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근절돼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은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관행을 중단할 것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등 즉시 개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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