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는 병이 아니라 장애입니다. 약을 먹고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병이 아닌 평생 지니고 살아야하는 장애입니다."

대부분의 장애아동 부모들에게 낯선 '자폐'라는 단어는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의 삶을 뒤흔들어놓는다. 그리고 아이의 자폐증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교육을 시키거나 다양한 치료를 시도해 보지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망연자실하곤 한다.

초원이는 달리기 할때의 손끝사이로 바람이 스쳐가는 것을 느끼며 마라톤을 완주한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말아톤'은 자폐아 가족의 일상과 주인공 초원이가 마라톤 풀코스42.195km에 도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제목 '말아톤'은 주인공 초원이의 일기장에 쓰여진 '내일 할 일은 말아톤'에서 차용했다. 그만큼 영화는 어떠한 가식이나 꾸밈없이 자폐를 그려냈다.

 '말아톤'은 흔히 장애를 주제로 눈물이나 짜내는 영화가 아니다.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은 모습으로 솔직하고 때론 코믹하게 자폐아의 생활을 보여준다.

실화를 토대로 제작된 '말아톤'의 실제인물 배형진(22)씨의 어머니 박미경(46)씨는 17일 있은 시사회에 참석,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꺼려졌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의 아픔을 보여주고 싶어 형진이의 이야기를 영화화하자는 감독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말아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의 친동생이라해도 믿을 만큼 닮은꼴인 형진씨는 조승우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 실존인물과 제작진 사이에 그동안 쌓인 '교감'의 일부를 드러냈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자폐를 가진 아이의 욕구와는 상관없이 엄마의 욕심으로 마라톤을 계속 시켜도 되는 것일까'라는 엄마의 질문과 갈등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식의 대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기 전에 실제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로 달리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마침 형진이를 만나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의 의지로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춘 '말아톤'은 성공을 지향하기보다는 과정을 중시해 그려냈다.

 어머니 역을 맡는 김미숙은 "영화를 찍으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은채 장애부모의 입장으로 연기했다"며 "그들 나름의 행복과 고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영화를 찍는 잠시동안 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윤초원역을 맡은 조승우는 "영화를 찍는 내내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기분이었다"며 "영화 실제 인물인 형진이를 만나 이야기하고 지켜본 것이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지만 나중에는 내 자신이 초원이가 된 듯 몰입해 연기에 임했다"고 전했다.

영화 실존 인물인 배형진씨는 지난 2001년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2시간57분7초에 완주하고 2002년 철인 3종경기에 도전, 달리기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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