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흥미로운 보도를 접했다.

독일의 새 연립정부가 법정 퇴직연령을 현행 65살에서 67살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였다.
유럽 각국이 고령화 대책에 부심하는 가운데 노동력 확보와 국고부담 완화를 위해 정년을 올리는 사례는 독일이 처음있는 일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 협상에 정통한 당내 인사들은 급속한 인구 노령화와 치솟는 연금비용에 대처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앙겔라 메르켈 차기 총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고령화에 따른 독일 인력 확보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경제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2010년부터 퇴직연령을 연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보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를 생각해봤다.

명예퇴직 등으로 인한 조기퇴직이 보편화되면서  '삼팔선'(38세 퇴직),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등의 씁쓸한 신조어가 일상화 되어 있는 사회.
공직 등 정년이 법적으로 보장된 곳을 제외한 일반 사기업에서는 사실상 정년 기준이 무너진지 오래다.

특히 기업들은 경영효율성을 내세워 이런 저런 이유로 높은 임금을 받는 고령자들을 조직에서 몰아내려고만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초스피드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어 '장노년층 백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게 고용은 보장하되, 일정한 시점부터 임금을 줄이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다. 고령자에게는 고용연장이라는 혜택을 주고, 기업에게는 임금부담을 완화시켜 '윈-윈' 하자는게 취지다.

그렇지만 2000년 초부터 국내 기업에서 서서히 접목되기 시작한 한국형 임금피크제는 일정연령에 달했을 때 정년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미리부터 임금을 깍는 제도로 소개되어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정년연장과 정년 후의 근무 연장, 고령자고용촉진법의 강화, 고령자고용촉진공단의 설립 등 고령취업을 활성화 하려는 다양한 방안들도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와 학계의 노력에도 아직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독일에서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을 올리는 방안은 복지단체와 연금 수령자 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긴 하지만 고령자들의 취업과 고용시장의 노동력 확보 등을 위해 정년을 올리는 독일의 사례는 획기적이다. 그래서 부럽기까지 하다.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아직도 건강하고 일 할 수 있는데 나이 때문에 한달에 20만원하는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애나 보는 늙은이로 지내고 있다"며 한탄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현실화되기는 힘든 것일까.
노인들을 위한 취업박람회에서 조차도 나이가 조금 더 어린(?) 노인을 쓸려고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와 일 할 수 있는 장노년층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윤경 기자 ohnews@bokjinews.com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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