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세대에게 승강기 전기료를 2배로 물게 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2층에 거주하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 세대가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앞집 세대의 승강기 전기료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규정을 정해 매월 2배의 승강기 전기료를 부과한 데 대해 차별행위로 판단하고 국토해양부 장관 등에 유사한 차별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진정인 정모(42) 씨는 “A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측이 아파트 2층에는 승강기 운행을 원래 안 한다며 휠체어 사용 장애인 세대가 승강기를 이용하려면 앞집 세대의 승강기 전기료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해 지난 2010년 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2세대 분의 승강기 전기료를 부과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승강기를 사용하지 않는 2층 세대는 승강기 전기료뿐만 아니라 승강기 유지비도 면제해 주고 있다"며 "2층세대가 장애인 및 노약자가 있거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등 필요에 따라 승강기 사용신청을 했으나 앞집 세대가 승강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승강기 사용신청 세대에 2배의 승강기 전기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공동주택의 특성으로서 장애인 세대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부담 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부과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으로 불리하게 대하지 않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설물의 소유·관리자는 장애인이 시설물을 접근 이용하거나 비상시 대피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인권위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장애인세대에 대한 2세대분의 전기료 납부기준 적용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장애인 세대에게 2배의 금전적 부담을 안게 하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장애인 세대는 장애특성에 따라 반드시 승강기를 이용해야 하는 바, 승강기 사용을 위해 2세대분의 승강기 전기료를 납부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승강기 사용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시설물의 접근·이용을 제한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권위는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향후 승강기 전기료를 부과함에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 세대가 승강기 사용 신청을 하는 경우 앞집 세대의 승강기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3층 이상 거주세대와 균등하게 승강기 전기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A아파트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향후 유사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저층에 거주하는 장애인 세대에게 승강기 전기료를 다른 세대와 균등하게 부과토록 하는 내용이 시·도지사가 정하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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