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구의 한 장애인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및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관련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인천 계양구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의 생활지도원들이 시설생활인의 대퇴부를 골절시키고 폭행, 성희롱 등 인권침해를 벌인 사건으로 시설장 또한 폭행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후조치나 재발방지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구청의 담당팀장 또한 일부 생활지도원의 상습적인 학대행위를 목격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여 생활인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힌 생활지도원 4명을 고발하고 관할구청장에게 해당 시설에 대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 지도·감독 의무를 해태한 담당공무원을 징계할 것을 최근 권고한 바 있다. 

“시설폐쇄 안 한다”…지자체 유권해석 따라 좌지우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3일 해당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계양구청과 면담을 통해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사회복지기관이 오히려 장애인을 학대하고도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 시설이 사회복지사업의 본분과 목적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 ▲시설인권침해에 대해 시설폐쇄와 같은 엄단의 조치를 취해야 경각심을 갖고 투명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점 등 이유를 들어 시설폐쇄를 요구했다.

그러나 구청은 “이번에 처음 불법사항이 적발된 시설이라 아직 폐쇄조치 할 단계는 아니다”며 “개선을 위한 조치에 초점을 맞추고 시설장 및 관련 생활지도원 해임으로 일단락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양구청은 또한 폐쇄조치 불가 이유에 대해 폐쇄조치 시 당장 시설거주인들의 거취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우며 이들에 대해 곧바로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것도 구청 여건상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천장차연은 “시설거주인의 거취문제 등으로 시설폐쇄가 어렵다면 법인 취소를 통해 운영법인을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계양구는 법인취소권한을 가진 인천시와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복지사업법에는 시설에서 회계부정이나 불법․부당행위 또는 성폭력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시군구 등 관할지자체가 시설의 개선명령, 시설장 교체 명령, 시설 폐쇄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시설거주자에 대한 학대 등 중대한 불법행위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즉각 시설폐쇄를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즉각적인 시설폐쇄명령의 경우, 어느 정도가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대한 불법행위냐에 대해 관리․감독기관의 유권해석에 맡겨져 있어 시설에서 아무리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시군구의 판단에 따라 시설의 운영이 얼마든지 존속될 수 있다.

인천장차연 관계자는 “시설거주인이 외출했다는 이유로 다리를 찢고 성기를 자로 때리는 등 행위가 어떻게 용납될 수 있나. 게다가 시설장과 구청 직원 등이 학대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왔다는 점은 이러한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설거주인에 대한 학대, 성폭행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 시설장 및 직원 몇 사람 해임한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시설 및 법인이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가니사태로 인해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관계기관의 태도가 문제시되고 있다”며 “시설폐쇄는 하지 않겠다는 계양구가 법인 취소 시 법인 측이 제기하는 행정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고 있어 법인 취소에 대한 협조 또한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도가니의 ‘충격’이 금세 식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장차연은 인천시의 법인취소에 대한 움직임을 지켜본 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시 법인 취소를 위한 서명운동, 1인시위, 시장 면담 등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설장 해임도 ‘서류’로, 구청 직원 징계는 ‘유보’

계양구청은 ▲해당 시설장과 생활지도원 직무 정지 및 해임 ▲기존 운영위원회 강화 ▲인권지킴이단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구청은 시설장과 생활지도원 직무 정지 및 해임에 대해 18일 공문을 통해 통보했으나 출근여부에 대한 별도의 확인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청의 담당팀장 징계에 대해서는 구청장 지시로 유보했다.

구청 측은 “인권위 조사 결과 만으로는 믿지 못하겠다”며 “자체 감사팀의 사실관계 확인을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인천장차연은 “시설 인권침해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조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서류 하나 보내고 할 일 다 했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시설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관심도 없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구청 직원에 대해 징계를 유보한 것은 그나마 시설 관계자를 해임조치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제 식구 감싸기 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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