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는 데 오히려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대책에 따르면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입원치료 등이 요구되는 중증환자로 대폭 축소하고 약물처방이 없는 단순상담은 건강보험급여 청구시 정신질환명을 명기하지 않고 ‘일반상담’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는 현행 환자 상태의 경중도를 고려하지 않고 정신과의사와 단순한 상담만 한 경우에도 정신질환자로 규정함에 따라 환자가 불합리한 사회적 편견을 받아왔던 문제를 개선하고 ‘정신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2013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별 정신건강수준을 확인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고 학교와 직장에서 학생 및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관리체계를 강화해 독거노인·자살시도자·주변인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자살예방체계도 구축된다.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은 취학전 2회, 초등생 시기 2회, 중·고등생 시기 각 1회, 20대 3회, 30대 이후 연령대별 각 2회씩 실시하며, 건강보험공단이 검진 도구를 우편으로 개인에게 발송하고 자기기입식으로 회신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 장애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에 대해 "현행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정신질환자의 공무원, 의사 등 진출을 제한하는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법적 규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대책이 비교적 경증의 환자들을 정신질환자에서 제외해 낙인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 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약물치료를 받는 경우, 진료기록이 남아 정신질환자로 규정된다. 상담접근성을 높이는 것 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담환자를 제외하고 나면 입원치료를 받는 중증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더욱 심각해지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장벽은 그대로 둔 채 상담만 받은 경우만 정신질환자에서 제외하는 것이 종합대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며 "정신질환자들의 사회적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대책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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