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가 사회복지를 위한 수단 또는 과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준영 서울시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6일 선진사회복지연구회 주최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민주화를 통한 복지의 이상과 현실’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준영 교수는 “생산력이 고도로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전되는 현대사회에서는 경제민주주의를 진전시킴으로써 민중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민주화함으로써 사회복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노동자 스스로가 기업의 경영자를 민주적으로 선출하고 기업의 이윤을 나눠 가짐으로써 그들이 생산한 부의 분배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빈곤층 문제는 성장 제일주의의 결과”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동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 측이 지배력을 남용하는 경제비민주화로 인해 임금노동자의 소득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생산수단의 소유와 경영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자본가는 소수지만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분배과정에서 다수 민중들 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등의 노동유연화 전략 등을 주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정부도 경제비민주화 확대에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하에 신자유주의적 임금유연화의 전면적 확산을 위해 연봉제, 성과급제 도입을 확대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저임금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임금소득격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준영 교수는 또 국민경제 차원의 비민주성로 재벌의 문제는 집중된 경제력을 남용해 서민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 중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의 확산을 꼽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서민과 중소상인들의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재벌소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고 있다 .

그는 이어 “노동비용을 억제하기 위한 저임금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근로자의 고용안정성과 생계가 위협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의 주장을 따를 경우 2012년 3월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 중 48.0%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해당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를 위한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단체협상을 통한 교섭과정에 노조에 의해 대표되는 간접적인 참여로 개별 노동자들은 임금을 적정 수준 보장받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며 정리해고제를 개혁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소유 집중의 규제재벌기업의 공개와 공기업의 사유화를 위주로 하는 소유분산정책 대신 재벌기업에 대해 독점이윤세나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고 재벌기업의 소유를 종업원 및 사회에 점진적으로 이양하는 방안으로 국민경제의 민주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의영 경실련 상임집행위원(군산대 경제학과 교수)은 공정한 배분을 통해 사회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의영 위원은 “경제민주화는 일차적으로 생산의 결과물을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복지에 기여하고, 이차적으로는 생산 재분배 과정을 통해 사회복지를 구현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한국경제가 조속히 실현해야 할 국정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최근 혹자는 헌법 119조 ②항과 ①항이 상충되는 것으로 주장하기도 하나, 이는 상호 보완적인 내용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 단계 한국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는 부당하게 시장을 지배해 시장을 왜곡하고 저해하는 재벌체제와 관치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 대기업이 아닌 기업집단으로서의 재벌체제와 정부의 경제개입 특히 관치금융이 경제민주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의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시장경제질서를 위협하는 재벌체제에 의한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재도입이나 이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이 조사한 15대 재벌의 전체 계열사 수는 2007년 4월 472개사에서 2011년 4월 778개사로 4년간 306개사(64.8%)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사회복지는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반론했다.

신인석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경제민주화는 사회복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시장경제의 자발적 운영을 공정성 원리에 의해 보완하는 것으로 사회복지와 경제민주화는 공정성을 추구하는 두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대기업에 복지를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광기 부소장은 “공룡으로 커진 재벌이 제 몸을 추스리지 못해 주변에 먹을 것이란 닥치는 대로 섭취하고, 못먹을 것도 밟아 망가트리기 일쑤”라면서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경영 참여로 경제민주화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 방안이 대선 과정에서 활발히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소장은 “대기업과 부유층에 돌아가는 세금 감면 혜택부터 과감하게 폐지해야 하는데 법인세를 내린 상황에서 대기업에까지 임시투자세액공제 같은 혜택을 계속 주는 것은 정부가 헛돈을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대기업의 대규모 장치산업 투자에는 고용유발 효과가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유층에 집중되는 금융 비과세 조치들도 손봐야 한다. 저축성 보험상품에 대해 10년 이상만 투자하면 무조건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김 부소장은 “복지재원 확충과 경제력 집중 차단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심해지는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 사회적 약자들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회안정망을 확충하는 한편 공공분야에서 복지 서비스형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위해 담당해야 할 또 다른 역할은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의 폐해를 차단하는 일”이라면서 “재벌과 창업자 가문은 또한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 및 공헌 활동을 통해 과거의 허물을 벗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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