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일 새벽 충남 예산군의 어느 단독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안에서 자고 있던 김모씨가 연기에 질식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김씨의 아들은 불이 났다는 어머니의 외침을 듣고 집밖으로 뛰어나왔지만 청각장애인이었던 김씨는 미처 대피하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것이다.

김씨의 사례는 비단 김씨 한 사람의 사례라고 볼 수 없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잠재적인 위험을 갖고 살아간다.

만약 김씨의 집에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김씨는 아까운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장애인복지법’ 제2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락사고 등 장애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와 비상재해 등에 대비하여 시각·청각 장애인과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하여 피난용 통로를 확보하고, 점자·음성·문자 안내판을 설치하며, 긴급 통보체계를 마련하는 등 장애인의 특성을 배려한 안전대책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제11조에서는 “당사국은 국제인도법 및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제법 준수 의무에 따라 무력분쟁, 인도적 차원의 위급상황 및 자연재해 발생과 같은 상황들을 포함하는 위험상황에서 장애인들을 보호하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재해 상황에 있어서 국가의 장애인의 대한 보호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공공건물 등에 설치해야 할 편의시설의 종류를 열거하고 있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한 경보 및 피난설비 설치는 공공건물, 병원, 사회복지시설 정도에서만 의무사항이고 그 이외의 장소에서는 권장사항으로 돼 있다.

수십만 청각장애인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설치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지난 해 일본 쓰나미 사건으로 당한 장애인의 피해는 비장애인에 비해 260%나 높다는 유엔의 보고가 있었다.

장애인들은 재난 앞에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인 것이다.

비단 일본에 국한되는 통계라고 할 수는 없다.

잦은 지진으로 인하에 재난에 대한 대비가 우리나라 보다 훨씬 잘 되어있는 일본이 그런 수준이라면 만약 동일한 상황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의 결과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도 재난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도 없는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의 안전, 그 중에서도 장애인들의 안전 따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있다.

재난 발생 시 청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설비는 매우 다양하다. 위급한 상황에서의 대피를 위한 피난구유도등과 통로유도등 이외에도 점멸 형태의 비상경보등, 청각장애인용 화재경보기 등이 있다.

정부는 최소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편의시설 대상 설치시설’에 만이라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대피 설비들이 완벽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야 한다.

이에 다음 내용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정부는 조속히 청각장애인을 위한 재난 안전 대책을 강구하라!

정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을 즉각 개정하여 청각장애인의 안전을 보장하라!

2012년 6월 27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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