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었던 국회가 장애인 이동과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의원회관을 신축해 국회가 오히러 장애인을 차별한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은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축 의원회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원회관 신축건물은 지하5층 지상10층, 연면적 10만6732㎡ 규모로 지난 2009년 4월 착공해 올해 5월 준공, 오픈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주출입구에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없었으며 의원회관 중앙 엘리베이터가 2층부터 설치돼 있고 세미나실 단상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장애인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지하주차장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다른 주차구역 표시색과 동일한 흰색으로 표시돼 있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구역선 등은 운전자가 식별하기 쉬운 색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국회 신축 의원회관에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돼 있으며 엘리베이터가 없다

특히 의원회관 중앙통로 1층에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만 설치돼 있어 장애인은 양측 끝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도록 돼 있다.

이는 편의증진보장법상 교통약자들이 공공건물을 이용함에 있어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소회의실 무대단상에는 계단만 있고 경사로가 없다

 소회의실의 경우, 무대단상은 장애인경사로가 없어 장애인이 단상에 올라가려면 소회의실 밖으로 나가 무대 옆 준비실을 통과해야 한다.

 

제1, 제2세미나실의 경우에도 입구가 계단으로 돼 있으며 제2세미나실은 주출입구가 아닌 보조출입구에 만들어진 경사로를 통해 진입해야 하며 제1세미나실은 경사로가 아예 없어 제2세미나실을 통해 진입해야 한다.

 

세미나실 입구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없었다.

 

편의증진보장법에 시설에 휠체어 점자안내책자 보청기기 등을 비치토록 했으나 면회실에는 휠체어 외에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문자안내판 등도 없었다.

박원석 의원은 “국회가 권리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장애인의 이동과 접근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설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몸싸움만 안 한다고 국회 선진화인가. 인권감수성을 갖춰야 그것이 진정한 국회선진화”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장애인차별 해소를 위해 이뤄왔던 노력과 성과들을 국회가 스스로 역행하는 셈이다. 참으로 안타깝다”며 “국회 사무처에 장애인단체의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시설개선계획을 세우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의원은 ▲실외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설치 ▲지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표시색 변경 ▲중앙 엘리베이터 설치 ▲세미나실 입구 시각장애인 점형블록 경사로 설치, 소회의실 무대 단상 경사로 설치 ▲주출입구 점자안내판, 촉지도식 안내판, 음성안내장치 등 설치 ▲장애인 안내원 배치, 수화통역사 배치 등을 요구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국회가 2007년 제정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장애인이 사회적 물리적 장벽에 막히지 않고 어디든지 이동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토록 돼 있다”며 “그러나 이번 의원회관 신축건물을 통해 국회가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국민을 배제하는 특권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힐난했다.

배융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몇년 전 기존 국회건물의 장애인편의실태를 점검하고 리모델링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새로 지은 건물이 리모델링한 건물보다 못하도록 만들어진 것을 보면서 마치 시계가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지적했다.

배 사무총장은 “현재 세계적인 추세는 유니버셜디자인을 도입해 건물을 만들거나 시설을 지을 때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모든 사람이 함께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장애인만을 위해 별도로 비용을 들인다는 데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라며 “이 의원회관 건물의 시설개선을 위해 드는 비용은 애초부터 건물을 잘못 만든데 대해 당연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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