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씨는 사장과 단 둘이 일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을 시작했다. 첫 출근날 사장은 K씨에게 일을 알려준다면서 볼을 꼬집고 어깨를 쓰다듬었다. 등산을 같이 가자, 술은 잘 마시냐는 질문을 계속하더니 실수한 일에 대한 벌칙이라며 볼에 입맞춤을 하였다. K씨가 이러면 안 된다고 거부를 했지만 허벅지를 만지고 퇴근하는 K씨를 끌어 안았다.

직장내 성희롱 방지 대책으로 작업거부권, 산재인정기준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올해 여성주간을 맞아 전국 9개 평등의전화 상담소에 작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상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직장 내 성희롱 상담접수 건수는 264건이었으며 비혼에게 56.4%, 1년 미만 54.7%, 사무종사자 47.0%, 30인미만 사업장에서 68.2%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된 특성을 보여준다.

10-29인 사이 사업장이 31.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고, 30인 미만 사업장의 비중은 68.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가해자의 경우 사장의 비중이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2009년 21.0%에 머물렀던 사장의 비중은 2011년 33.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비교적 사장과의 접촉이 빈번한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상담이 증가한 탓이 클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아울러 근로조건 내담자의 재직자 비중이 62.1%, 모성권 내담자 재직자 비중은 96.4%로 나타난 반면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의 재직 비중은 58.3%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근로조건 상담의 경우 퇴직 후 발생하는 부당해고나 퇴직금 상담 등 퇴직 후에 상담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직장 내 성희롱 내담자의 재직 비중은 매우 낮은 것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경우에 따라 외상 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많은 병증이 발생하며 그 고통을 견디지 못 하고 퇴사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노동자회는 “현행법에서는 성희롱 피해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만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사업주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조치 의무나 피해자가 보호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유급 작업거부권이 가장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노동자회는 “직장내 성희롱은 가해자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나 행동이지만 피해자에게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준다”며 “이로 인해 우울증, 스트레스 장애, 자살충동 등의 ‘성희롱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 대한 치유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직장내 성희롱은 업무와 관련해 발생하기 때문에 산업재해로 인정이 가능하다.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기준이 모호해 실제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는 매우 어렵다”며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희롱예방을 위해 여성노동자들을 동료로 인정, 존중하는 직장 내 문화부터 형성돼야 할 것”이라며 “성희롱 피해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가해자의 정서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직장내 성차별 문화에 대한 각성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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