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욱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현행 3등급체제에서 예방등급인 4등급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엄기욱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양승조 의원과 한국노인복지장기요양기관협회 주최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4년의 성과와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엄기욱 교수는 “등급판정에 있어 생활상의 장애, 곤란 정도를 반영할 수 있는 등급 즉, 4등급 신설을 통한 등급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장기요양등급 판정은 3등급 즉, 최중증(95점 이상), 중증(75~95점), 중등증(53점 이상)으로 중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엄 교수는 “3개의 등급으로 이루어지는 등급판정은 등급 내 점수 간격이 너무 커서 장기요양욕구를 민감하게 반영하지 못하며, 환경요인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실제 생활상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등급 판정에 있어서 신뢰성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엄 교수는 “3년간 등급간 증감 편차가 심화되는 등 일관성 결여 및 자의적 조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1등급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3등급은 유연하게 적용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기욱 교수에 따르면 등급판정인정조사의 경우 완전자립, 부분도움, 완전도움 또는 예, 아니오, 있다, 없다 등으로 구성돼 있어 오차범위가 너무 넓고 조사자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해 편차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렇다보니) 일상생활의 장애, 곤란(기능상태)에 대한 조사보다는 의학적 소견에 초점을 맞춘 조사가 이루어져 체감 장기요양 필요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장기요양 인정자 수는 2.2배 증가했다. 그러나 3등급은 3.6배, 2등급은 1.8배한 반면 1등급은 제도 시행 1년 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3년간 약 20% 감소했다.

3년간 동일한 등급 유지자는 1등급 69.4%, 2등급 56.4%, 3등급 81.3%로 조사됐다.

그는 이 외에도 장기요양인력의 전문직화와 공정성 객관성을 담보한 전문적인 사례관리시스템 도입, 요양시설의 기능강화와 요양병원의 기능 재정립, 가족부양자에 대한 현금급여 신설, 독립된 평가주체 설립 등을 제시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족의 노인부양에 대한 보상적 성격의 현금급여제도는 기존의 현물급여제도에 반하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원 조사관은 또 “일반 가족보호에 대한 보상적 현물급여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은 국가 자격증인 요양보호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폄훼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평가기관의 설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또 다른 옥상옥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낳는다“고 염려했다.

나용선 명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현행 3등급에서 4~6등급으로 세분화해 예방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 교수는 “발병 후 사후에 들어가는 비용은 막대하지만 미리 예방한다면 앞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예방책으로써 등급자를 세분화 해 예방적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장기요양인력의 전문직화를 위해 독일이나 일본처럼 승급체계 시스템을 구축하며, 한국사회복지공제회와 같이 ‘한국장기요양보호사공제회’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보수교육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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