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청문위원 모두 현 위원장의 도덕성과 자질 등에 대한 의혹을 쏟아냈다.

이 날 민주통합당 뿐 아니라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현 후보자의 인권위원장으로서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논문표절, 부동산투기, 판공비 횡령, 아들 병역기피 의혹 등을 제기하며 압박공세를 펼쳤다.

한편 국회는 18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19일 이후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강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날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후보자가 교수 재직 시절 발표한 논문 7편이 명백한 표절"이라며 “학술단체협의회에 의뢰한 소견서에 따르면 타인의 논문 짜깁기와 베끼기, 자기 표절 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현 후보자는 2007년 2월 한양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학위논문으로 제출된 조경훈 씨의 '도급공사의 계약보증금에 관한 연구' 일부분을 인용표시도 없이 붙여넣기 수준으로 표절했으며 일부 문장은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게재했다.

 

현 후보자가 발표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범위(2000년)'라는 논문과 '급부부당이득반환청구권(1991년)' 논문 또한 자기 논문표절 형태인 논문끼워넣기와 논문새끼치기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는 "논문 인용 기준은 2004년에 생겼으며 그 논문들은 기준이 생기기 전의 행위"라고 답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현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장 재직 당시 대학 등에서 인권관련 강의를 다니며 2시간에 125만원에 달하는 강사료를 받았다"며 "국가공무원법상 1시간당 4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 규정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3년간 1등석만 타고 다니며 여행경비로만 1억2000여만원을 썼다"며 "국민의 혈세를 흥청망청 쓴 것은 윤리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업무추진비 1억7000여만원 중 1억6500여만원이 술값과 밥값으로 사용됐고 그 중에 일식집이 총 300여 차례"라며 "이 중 공휴일에 쓴 500여만원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현 후보자가 공식 행사 외에는 쓴 적이 없다고 답하자 "관계자에게 확인했더니 행사 없었다고 답했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고 3때 100㎏이던 아들의 체중이 1년 만에 13㎏ 늘어 4급 판정기준인 113kg으로 공익근무요원이 됐다"며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린 게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또 위장전입 논란과 관련, "동대문구 장안동에 1평 짜리 집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며 "한 달 만에 연립주택이 들어서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1887년부터 강동구 명일동 등에 두 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사고팔고 하면서 4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부동산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현 후보자는 부동산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으며 아들의 병역의혹 관련해서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과체중이었고 재수하면서 체중이 늘었다. 의도적인 것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 후보자가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재임 3년간 충분히 최선을 다했고, 국민인권이 향상됐다"고 자평한 데 대해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소파 규정상 주차문제 등으로 미군이 우리나라 국민을 체포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지난 7월5일 평택미군기지 미군들이 한국인들을 수갑을 채워 강제로 끌고 간 사건에서 우리 국민의 인권이 침해됐나 안 됐나”고 따져 물었다.

홍 의원은 “이런 사안에도 국가인권위원장과 직원들은 현장에 안 가 보고 3년 동안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했나”고 다그쳤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북한인권침해사례집에 신고자, 피해자 등 실명을 거론해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인권 다뤄보라 하니까 아무 개념 없이 자료집을 만들어 놨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탈북자에게 발송한 1만50000통의 편지 관련, 통일부의 주소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인권위가 편지를 보낸 것은 북한이탈주민지원및정착에관한지원법상 1년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개인정보보호법상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고 호통쳤다.

송호창 민주당 의원은 "아시아인권위 등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연임을 우려하는 논평을 발표했고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를 위해서는 현 위원장이 떠나야 한다는 광고까지 냈다"며 "이런데도 계속 욕을 먹으면서 인권위원장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고 다그쳐 물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인권위원장 자격조건으로 전문성과 경험 등이 규정돼 잇다"며 "해외의 경우 태국 위원장은 여성인권과 사회복지 분야에, 필리핀 위원장은 민주화와 인권증진을 위해 활약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현 후보처럼 무자격자가 인권위원장을 하는 나라는 없다"며 "현 후보는 인권에 대해 모르는 게 장점이라 이명박 정부가 눈엣가시와 같은 인권위를 무력화시키기에 적임자였을 뿐이다. 더이상 인권위를 현 후보의 실습실로 삼지 말고 조용히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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