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오는 8월1일부터 이주노동자에게 그동안 제공했던 구인업체의 명단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관련단체들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박탈해 노예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단체는 2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월4일 고용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이주노동자에게 그동안 제공했던 구인업체의 명단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의 연락에 의해서만 채용절차가 진행되며 만약 합리적 이유 없이 사용자의 면접 요청, 채용의사를 거부할 경우 2주간 알선이 중단된다.

3개월의 구직 기간이 끝날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체류자격이 박탈돼 출국해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같은 지침은 이주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변경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임금이 상승될 우려가 있고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된 구인업체 명단이 브로커에게 전달돼 악용될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들 단체는 “브로커 개입 방지 목적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상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지침대로라면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줄 것을 기다리는 행위 외에는 어떠한 구직 노력도 할 수 없다. 구인업체가 면접을 요청하거나 채용 의사를 밝힐 경우 이주노동자는 근로조건 등이 자신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도 없다”며 “사업장 변경을 단념하고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계속해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는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이주노동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 계약의 자유 및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침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허용되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상위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는 대한민국이 비준한 ‘취업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ILO 제111호 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고용부는 이주노동자들이 3년의 장기 계약을 맺을 수 밖에 없도록 했고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억제해 왔다. 재고용, 사업장 변경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을 사업주에게 귀속시켜 이주노동자에게 강제 노동을 일상화시켜 왔다”며 “이번 조치는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바라보는 고용노동부의 노골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고용부는 지금 당장 지침을 철회하고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선택권을 보장장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일할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고용부는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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