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부가 있는 반면, 시간적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거부하는 부부도 있다.

국내 최대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가 지난달 26일 주최한 제41회 전국여성대회의‘인력은 국력이다, 출산이 애국이다’란 주제가 눈길을 끌며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듯이 저출산율의 심각성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런 시점에서 터진 난자매매 파문은 "모든 출산이 애국은 아니다"라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 쓴웃음을 짖게 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불법 난자 매매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부부의 애끓는 사연을 외면할 수 없어 시술했다"고 해명한 불임 전문 병원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이사장의 변명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음성적 '생명거래'라는 도덕적 충격까지 이해받기는 역부족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서울 거주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 자녀양육환경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2명 이상의 아이를 원하지만, 과도한 양육비와 사교육비 의 부담으로 출산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 출산이 애국이라면, 불법 난자를 매매하면서까지 자녀를 얻으려는 불임부부들의 행위가 애국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일까? 또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출산을 기피하는 부부들은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해를 끼치는 ‘죄인’으로 평가돼야 하는 것인가?  물론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현됐지만, 여성의 결혼과 출산이 불법 난자 매매라는 도덕적 불감증과 사회적 모순들에 맞물려 경의롭고 아름다운 생명 탄생의 존엄성마저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문하고 싶다.

현재 시행되고있는 출산장려정책은 허울뿐이며 출산과 동시에 생겨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여성의 사회활동의 제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국내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율은 좋아질 수 없음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핏줄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인해 국내 입양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한 불법 난자 매매는 물론 영아 수출 1위라는 불명예를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많은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도 늘어만 갈 것이다.

여성의 결혼과 출산에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불법 난자 매매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 그 누구도 장담 할 수 없다. 

구윤정 기자 kido99@bokjinews.com

구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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