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등급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집회에 참가했던 장애인 활동가들이 집회및시위에관한법 위반 등으로 벌금에 처해지자 “장애인인권운동이 죄라면 차라리 잡아가라”며 자진구속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박길연 인천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 교장 등 8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장애인활동가 자진구속 결의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인권운동을 탄압하는 정권에 노역으로서 저항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장애인활동보조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했으며 2010년에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며 장애등급심사센터 점거농성을, 같은 해 현병철 인권위원장 퇴진을 요구하며 인권위 점거농성을 벌여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건당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벌금에 처해졌으며 현재는 벌금 미납으로 수배 중이다.

이날 최용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2009년부터 이명박 정부의 가짜복지 정책를 비판하고 활동보조 관련 집회를 벌여 120만원의 벌금을 맞았다”며 “장애인으로 살면서 부당한 차별에 대해 지적하고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지만 돌아온 것은 벌금폭탄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최 공동대표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랬지만 국가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노역을 통해 우리의 저항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기는 장애등급제는 인권탄압임을 우리는 고발했다”며 “예산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악한 장애등급 기준 때문에 활동보조가 끊겨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중증장애인의 현실을 드러내고 활동보조 확대를 위해 우리는 투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오히려 인권을 짓밟고 추락시킨 현병철 위원장 물러가라고 외쳤다”며 “빈곤의 사각지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최저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했다”고 말했다.

박경석 상임대표는 “국가권력이 집시법 등 이유로 우리에게 벌금을 매기고 사법처리를 한다면 장애인들의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아버지가 장애아들의 기초수급 선정을 위해 목숨을 끊은 문제에 대해,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야만적인 방법으로 장애인을 탄압했던 문제에 대해 국가권력은 또한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자진구속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빌붙어서 권력을 비호하는 법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백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활동가는 "전두환, 이건희 등 정치 경제인들은 힘 있고 돈 있고 권력 있어 솜방망이 처벌에 사면까지 받았다"며 “돈 없고 권력 없는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를 외치는 것만으로도 법적 처벌이라는 제재를 받아 왔다”며 분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 인권의 열악한 점을 지적하고 자신을 잡아가라고 외치는 활동가들의 노역을 통한 투쟁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권을 지켜나가는 데, 사회의 잘못된 법을 바꾸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장애인들은 사회가 장애인 본인의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동하고 교육받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다”며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자유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장애인들에게 벌금폭탄을 내리는 것은 다시는 거리에 나와서 자신의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거다. 이런 법은 필요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 구속되는 8명의 활동가들은 법과 벌금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정의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8명의 활동가들은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벌금을 대체해 수감생활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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