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관내 지역아동센터를 ‘폭염쉼터’로 지정한 데 대해 지역아동센터들이“제대로 된 지원 없이 책임만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6일 서울시는 8월 한달간 서울시내 403개 지역아동센터를 ‘폭염아동쉼터’로 지정해 센터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도 개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지침에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쉼터로 운영하고 대신 전기료 1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7일 “지역아동센터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번 방침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지협은 “지역아동센터가 폭염쉼터가 되려면 무엇보다 에어컨 시설이 완비돼야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되는 운영비 규정상 30만원을 초과하는 비품은 구입 자체가 금지돼 있다”며 “지역아동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는 제공하고 싶지만 그 서비스의 기본이 되는 시설에 대한 투자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전체적인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센터에 에어컨이 있다고 쳐도 전기세 걱정 없이 에어컨을 틀 수 있는 센터는 없다”며 “8월 한달을 에어컨을 가동했을 때 과연 1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 충분히 전기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렇다고 센터 아이들만 있을 때는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하다가 지역 아이들이 와야 에어컨을 내내 틀라는 소리는 설마 아니지 않나”고 꼬집었다.

전지협은 “게다가 공휴일에도 센터를 개방해 폭염쉼터 노릇을 하라는 건, 심지어 캠프를 갈 때도 센터는 열어두라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겨우 두세 사람이 일하는 센터에 어째서 까닥하면 남들 다 쉬는 날 너희들은 나와서 지역의 아이들 보라는 말을 그리 쉽게 하는가”고 힐난했다.

이어 “대한민국 노동계 전체가 주 40시간,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센터 종사자들은 노동자도 아니고 무슨 노예란 말인가”고 분개했다.

이들은 “그렇게 지역아동들의 폭염이 걱정된다면 그냥 학교마다 교실 한 개씩을 개방하라고 하라”며 “학교는 센터보다 훨씬 훌륭한 냉방시설이 돼 있고 우리처럼 쪼잔하게 10만원을 갖고 따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지협은 “우리는 이 땅의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아이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우리를 배려하고 존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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