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이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교육기본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UN장애인권리협약에 이르기까지 장애 학생에 대한 학습권 보장의 근거를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농학생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발표한 특수교육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각장애학생 수는 모두 3334명으로 이중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농학생은 983명(30%),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농학생은 965명(29%), 일반학급에 재학 중인 농학생은 1386(41%)명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를 통해 청각장애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30%)보다 일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70%)수가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수화를 공용어로 인정하지 않는 음성언어 중심의 언어환경에서 수화의 사용 및 수화를 통한 교육을 선호하지 않는 학부모의 인식과, 재활과 치료를 강조하는 특수교육의 특성, 특수학교 수업 운영상의 구조적인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

현행법상 특수학교의 한 학급당 인원이 6명을 초과할 경우에만 분반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돼 있어, 청각장애 아동이 6명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청각장애 아동과 청각․지적중복장애아동이 한 학급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교사는 중복장애 아동의 문제행동 수정까지 고려를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

학습지원에 집중되어야 할 에너지가 분산되게 되어 궁극적으로 농학생의 학습권은 보장받기 어렵게 된다.

현행 규정을 이유로 각기 다른 요구를 가진 대상을 같은 공간에서 교육한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두 마리 모두를 놓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과 같다.

이는 청각장애 출현률의 감소와 통합교육을 지향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로 많은 농학생들이 통합교육 현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청각․지적중복장애 아동이 청각장애학교로 많이 입학하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학교의 운영과 유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농학생의 완전한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학부모로 하여금 청각장애특수학교를 기피하고 일반학교로의 통합을 선택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일반학교라고 해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청각장애아동은 통합학급에서 다수의 일반아동과 물리적인 통합만을 이루고 있을 뿐, 의사소통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학습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농학생에게 통합교육이란 교육 환경을 통합하는 물리적인 통합만이 아니라 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사소통의 제한 없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완전한 통합을 의미한다.

지난 4월 대전의 모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 학생 2명이 전문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아 학습권 보장을 받지 못함을 이유로 등교거부를 했던 사례만 보아도 농학생의 통합교육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합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방과 후에도 사설교육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농학생에게 학교수업은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임에도 교육 현장의 현실은 이러하다.

교육은 바람직한 자아와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다.

농교육에 있어서 수화를 근간으로 이루어지는 농정체성을 간과한 채 농학생을 음성언어 중심의 환경에 통합하고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않거나, 여타의 중복장애아동과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하는 것과 같은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농학생 교육은 본질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이는 결국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수화 사용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온다.

농학생은 기존의 특수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리적인 통합만을 장려하거나, 현행 규정에 매몰되어 발생하는 오류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 현장에서 의사소통의 보장을 통한 이중언어․이중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농학생의 교육적인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학급당 인원수에 관계없이 장애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한국농아인협회는 우리 농학생들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정부와 교육부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2년 8월 14일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 회장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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