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빈곤층 여성가장의 비율은 IMF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정부의 빈곤해소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은 여전히 절대빈곤과 사회적 소외 등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을 보호하고 빈곤을 타파할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과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이하 한여노협), 한국여성단체연합, 실업극복국민재단은 지난 15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근로빈곤층 여성가장 사회적 배제 극복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여성가장들의 삶과 노동실태, 정책과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

발제자로 나선 문은미 전 한여노협 조사연구부장은 15명의 여성가장과 심층면접을 통해  근로빈곤 여성가장의 삶과 노동실태에 대한 심층조사를 통해 사례와 함께 자세히 보고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성정현 협성대 교수(사회복지학)와 송다영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서울·인천·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여성가장 100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들의 조사에서도 문은미 전 조사연구부장의 조사결과와 비슷한 결론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결과에 따르면 여성가장들이 실질적 가장이 된 이유는 남편과의 이혼, 행방불명, 사별 등이 대부분이었다.
여성가장들은 1명 이상의 자녀가 있었으며, 자녀의 연령이 높을수록 빈곤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인 사교육비로 드러났다.

조사참여자들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이하며, 이들의 고용형태는 임시·일용직 90%이상을 차지했다. 업종별로 가사·간병직이 33.4%로 가장 많았고 식당·배달 등 서비스직이 11.4%, 청소용역직이 10.4%로 뒤를 이었다.
여성 가장들이 국가 지원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한 질문에 50%이상이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으로 답했는데 이는 불안정한 일자리는 결국 생활에 어려움으로 직결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은 국가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을 받아 좀더 비전있고 전문성을 갖춘 직업을 갖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6개월 이상의 긴 교육기간은 당장 생계의 문제로 연결돼 직업훈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이들 여성가장의 40% 정도가 본인이나 가족이 장애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여성가장 대부분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서 제외되는 업종 종사자로 빈곤정책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돼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가지 놀라운 것은 이번 조사에서 사회보장제도에서 벗어나 있는 여성가장들 중 60%정도가 질병보험(암보험) 등 사적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병보험 가입이 교육보험이나 주택청약부금 혹은 적금 등보다 높은 것은 이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의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현실의 불안감이 질병보험의 과대가입을 초래한 것으로 해석됐다.

송다영 교수는“현행 의료보호법은 기초수급대상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질 뿐이며,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게 설계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의 제도적 모순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여성가장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단병호 의원과 홍미영 의원의 모습.

이번 토론회에는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홍미영 열린우리당 의원,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연구센터 소장, 양승주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장, 이신재 노동부 고용평등정책팀장, 권덕철 보건복지부 사회정책팀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들은 탈빈곤을 위한 정책 과제를 끓어내는 것을 목표로 근로여성가장을 위한 기초연금제 도입, 여성일자리추진위원회 신설, 긴급주거급여 지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자 기준 현실화, 양육비 현실화(현행 5만원), 긴급주거지원·심리정서적 지원방안 모부자복지법 조항 삽입 등을 제안했다.

이번 조사는 그동안 빈곤 여성 가장들에 대한 기초자료 부족으로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운 실정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이번 토론회를 통해 빈곤과 소외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여성가장들의 현실을 다시 한번 재조명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구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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