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자활사업을 추진할 목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조성‧집행하고 있는 자활기금이 2877억이나 쌓였는데도 고작 6%인 181억밖에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활기금은 각 지자체의 여건에 부합하는 자활지원사업을 위해 국고와 지자체 출연금, 기금수익금 등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으로, 지자체에서 자활기금 조례를 제정해 2011년 말 기준 총 2877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이학영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자체별 자활기금 조성·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지자체가 집행한 기금액은 전체 조성액의 6%인 181억에 불과하며 나머지 2696억원은 그대로 방치됐다.

집행된 181억도 자활 본래의 목적보다는 전세점포 임대지원, 사업자금 대여 등의 융자사업에 쓰였다.

특히 전국 230개 지자체 중 무려 46%에 달하는 108개 지자체가 자활기금 집행률 0%로, 자활기금을 활용할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연속 전국 꼴찌의 집행률을 보인 대구의 경우 9개 중 7개 지자체가, 광주의 경우 5개 중 4개 지자체가, 충남의 경우 16개 중 11개 지자체가 작년도 자활기금을 집행하지 않았으며, 99%로 전국 1위의 집행률을 보인 서울시의 경우도 25개 중 10개 지자체가 자활기금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학영 의원은 지자체별 자활기금의 격차가 심각한 이유는 재정상의 문제도 있지만, 저소득층 자활사업에 대한 지자체들의 인식 부족과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문제도 큰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 1위인 강남구의 2011년 말 기준 자활기금 보유액은 1억5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며 강남구는 지난 해 이마저도 집행하지 않았다.

강남구와 더불어 강남3구로 불리는 송파구와 서초구도 마찬가지로 자활기금 집행비율이 0%였다.

재정자립도 2위인 서초구는 자활기금의 조성근거인 조례조차 미제정돼 자활기금이 아예 없다.

반면 재정자립도 22위인 강북구의 자활기금 보유액은 강남구의 4배 수준인 5억900만원으로, 강북구는 작년 768%의 자활기금을 집행했다.

이학영 의원은 “자활사업은 저소득층에게 일을 통한 빈곤탈출의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시대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자활기금이 불임기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금의 책임과 운영이 모두 개별지자체에 있는 현 기금체계로는 아무리 지자체를 독려해도 기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며 “복지부는 광역 및 시군구로 분산돼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자활기금을 중앙으로 이관해 저소득층의 자활과 자립을 돕기 위한 일관적이고 적극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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