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간어린이집을 지원하는 형태인 공공형어린이집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국민적 요구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선희 한국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백 교수는 “올해 보육시설 예산은 OECD 권고수준인 GDP 대비 1%의 근사치에 도달했으나 보육정책은 여전히 아동발달 측면과 가족의 부담 경감, 일가정양립 효과 등에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국공립보육시설과 민간보육시설을 비교했을 때, 국공립시설이 투명성과 공개성, 참여성 등 공공의 이익을 담보하는 데 더 적합한 유형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보육시설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영역시설은 공적인 목적 달성보다는 영리를 추구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도 전면적인 무상보육 시대를 맞아 이에 걸맞는 공적인 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30% 이상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국공립시설 확충방안에 대해 “보육시설의 공급총량 및 국공립시설 신설예산 부담 등을 감안해 국공립 시설의 신축 뿐 아니라 민간보육시설의 국공립 전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신설 공동주택 내 국공립시설 확충 ▲비영리기관 및 기업 협조 ▲유휴 공공시설의 활용 등도 제시했다.

백 교수는 “그러나 정부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10개소(20억)에 그친 데 반해 정부는 공공형어린이집 확충에 역점을 두고 막대한 예산(2011년 1000개소, 169억원)을 투입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며 “전체 보육시설 예산 중 80%가 보육료(양육수당 포함) 지원에 투입된다는 점도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 있다”고 꼬집었다.

황요한 서울시 보육담당관은 “최근 서울시는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서울형어린이집 대신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 80개소, 2013년과 2014년 각각 100개소씩 확충할 계획”이라며 “반면 정부는 서울형어린이집을 벤치마킹한 공공형 어린이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현장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 놨다.

황요한 보육담당관에 따르면 당초 시는 국공립어린이집 초기설치 비용부담을 감안해 민간어린이집에 인증을 주고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울형어린이집’을 추진한 바 있으나 민간어린이집의 근본적인 한계, 즉 ▲영리를 목적으로 함에 따라 인건비 등 시 지원비가 보육서비스 질 개선에 온전히 쓰이기 어렵다는 점 ▲부정수급 ▲국공립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선호 등 문제가 나타남에 따라 국공립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그는 “국공립시설 확충에 있어 신규설치 뿐 아니라 민간자본 이용, 공공기관 유휴시설 이용 등 여러 방안을 활용해 예산을 절감했다”며 “운영비 또한 국공립시설이 80명 기준 4300만원(공공형 어린이집 6700만원) 정도로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창언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최근 정부정책은 보육 공공성 확보를 더 이상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국공립어린이집 최소 30% 확충은 전체 어린이집 수급상황, 부지확보, 예산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어렵다”고 일축했다. 

백선희 교수는 “서울형어린이집을 추진해 온 서울시가 결국엔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정책을 바꾼 것은 보육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형어린이집을 강행하는 등 국민의 요구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날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충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비의 정부 지원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백선희 교수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충한 국공립어린이집 운영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게 마땅함에도 불구, 심사과정을 거쳐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들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창언 과장은 “정부도 항상 예산요구를 할 때는 그동안 요구했던 내용들을 갖고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와 협의 없이 자체적으로 신축 계획을 수립해 신설하고 난 후에 중앙에 돈을 주십시오 하는 경우에 지역 의견을 다 맞춰주기가 쉽지 않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결산질의에서 임채민 복지부 장관에게 지자체가 국가시책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신설했으면 이에 대해 정부가 운영비 지원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질의했다”며 “이에 임 장관이 고려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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