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노숙인이 이 사회에서 실체가 없는 존재로서 통제나 격리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노숙인도 이 사회의 동등한 시민임을 선언한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민중가요팀 아마레츠의 공연.

지난 21일 서울역 북측광장에 낯선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 8년째 되는 날인 11월21일. IMF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노숙인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이들의 재활 의지를 다지는 제1회 '노숙인 인권문화제'가 전국실직노숙인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의 주최로 열렸다.

노숙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냉대를 극복하기 위한 행사로 '노동 한마당-일·땀·발돋움' 이라고 이름 붙은 1부 행사와 2부 '내 이름을 불러줘'에서는 노숙인을 주제로 한 연극, 다큐멘터리 등을 선보였다.

붕어빵 사업단이 붕어빵을 구워 노숙인들에게 나눠줬다.

1부 행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기를 위해 일하고 있는 노숙인의 모습을 생산품, 영상, 사진 전시회를 통해 알렸는데 충정로 노숙인 쉼터에서 운영하는 자활공동체 프로그램 붕어빵 사업단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도 친환경 두부생산 자활공동체 '짜로사랑'과 대전 홈리스지원센터의 비즈공예, 성남 노숙인 쉼터 하사함의 집 입소인들이 재배하는 야생화 등 이들의 사진물과 영상물이 전시·상영되고 재기노하우가 공개됐다.

2부 행사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수삼일교회 우리들공부방 어린이들이 뮤지컬 '강아지 똥'을 공연했고, 가수 정태춘씨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이번 행사 관계자는 "사회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무시되고 있는 노숙인 인권을 문화제를 통해 알리고 싶다"며 "복지 정책의 허술한 경쟁 구조 속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됐다"고 전했다.

성수삼일교회 우리들공부방 어린이들이 뮤지컬 강아지 똥을 공연하고 있다.

구윤정 기자 kido99@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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