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누구에게나 일생을 살면서 세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말을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에겐 ‘성공’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거나 혹은 기회였는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성공’은 그저 먼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될 것이다.

짜로사랑 김동남 대표.

 
여기 한 남자가 있다.
15살때부터 시골에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기 시작해 20대에 이미 알콜 중독자가 됐다. 사람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술에 의존해 살다가 30세가 돼서야 간신히 재활에 성공할수 있었다. 그러나 10여년동안 술과 멀리하며 새인생을 살기위해 했던 많은 노력을 만만찮은 세상의 시련은 다시금 그를 알콜의 유혹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10여년간의 노력은 일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에서까지 버림받은 그는 급기야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모든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남자의 삶에도 구원의 빛은 비췄고, 노숙자 쉼터인 ‘해뜨는 집’을 통해 그의 삶이 변화됐다. 자활후견기관에서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자활자립을 돕기위해 만든 ‘콩두레 사업단’을 만나 그는 변화했다. 술의 유혹과 확실한 비전을 찾지 못해 방황하며 실패와 어려움이 반복됐지만, 그 속에 담긴 희망을 발견한 그는 이제 더 이상 실패한 알콜 중독자가 아닌 ‘짜로사랑’이라는 기업의 대표 김동남으로 거듭나게 됐다.

사회적 자활기업 ‘짜로사랑’의 김동남 대표는 “알콜 중독 노숙자에서 어엿한 기업의 대표가 된 내 부끄러운 과거가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많은 노숙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입을 열었다.
그가 처음 두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동료 노숙자 2명과 자활 자립을 목적으로 수원희망자활후견기관 ‘우리 콩두레 사업단’이라는 두부공장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다. 그는 품질 좋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두부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급기야 ‘다 버려도 좋다’는 마음으로 그만의 두부 공정법을 탄생시키며 2003년 8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됐다. 그 도약의 발판에는 우리농촌살리기 운동분부에서 그가 만든 두부의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100% 국산 콩을 공급받으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8월 ‘진짜로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가 담긴 ‘짜로사랑’ 브랜드가 탄생됐고 원하던 품질의 두부가 나오지 않으면 단호히 밟아 버릴 만큼 지독한 ‘품질 관리’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취약점을 보완했다. 원료값이 비싸도 100% 국산콩을 고집하고 방부제와 화학제품을 섞지 않은 두부로 비록 단가는 비싸지만 짜로두부를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지속적인 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짜로사랑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기에 타 기업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우리 짜로사랑 제품을 마케팅할 인력과 자본도 없어 입소문만이 가장 강력한 영업무기”라 전했다.
짜로사랑은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주체가 돼 안정적 생산과 운영을 하며, 자활공동체와 더불어 살기 좋은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

김 대표는 “노숙인들은 일할 의욕이나 능력이 없어서 노숙인이 된것이 아니라 이들을 수용하는 안정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하며 “우리 짜로사랑이 사회적 자활기업으로 거듭나서 더 많은 노숙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진정 마음과 정신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 행복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짜로사랑은 조만간 출간될 예정인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사례집 가운데 소개되는 14개 기업중에 하나로 선정돼 사회적 기업 창출과 자활공동체의 모델인 짜로사랑을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날로 피폐해지는 우리 농촌도 살리고 친환경적인 건강한 우리 먹거리를 만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들에게는 자활과 자립의 희망이 되는 ‘짜로사랑’과 김동남 대표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지난 18일 서울역에서 개최한 노숙인인권문화제에서 사례를 발표하는 김동남 대표.

구윤정 기자 kido99@bokjinews.com

구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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