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화려함·다양성 3박자 갖춘 개막식

 

제14회장애인올림픽이 패럴림픽의 ‘성지’ 영국 런던에서 개막식을 필두로 지난 달 29일부터 오는 9월10일까지 12일간 ‘역동하는 혼’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펼쳐진다.

런던패럴림픽은 150개국 7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20개 종목 503개 세부종목에서 실력을 겨루며 우리나라는 149명 선수단(선수 88명, 임원 61명)이 출전해 13개 종목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로 종합 13위를 목표로 실력을 펼친다.

‘패럴림픽’은 하반신마비를 의미하는 paraplegia와 올림픽(Olympic)을 합성해 만든 용어로 비장애인올림픽과 대등(parallel)하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으며 영국 런던 인근의 스토크맨더빌에서 출발했다. 독일에서 망명한 루트비히 구트만 박사가 1948년 척수장애인을 위해 스토크맨더빌에서 개최했던 양궁대회가 점점 규모를 키워 1960년 로마대회를 시작으로 또 하나의 올림픽으로 발전했다.

지난 달 29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패럴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은 화려하고 심도 깊은 우주관, 문화의 다양성과 전통을 한곳에 모은 결정판과 같았다.

경기장 밖에서는 화려한 불꽃으로 치장한 비행기가 경기장 주변 상공을 돌며 관중들의 이목을 끌었고 경기장 안에는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을 상징하는 각각 다른 크기의 작은 원형구가 하늘을 뒤덮으며 관중들을 신비롭고 환상이 넘치는 우주의 세계로 초대했다.  

특히 이번 개막식에서 펼쳐진 오프닝쇼는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빅뱅이론을 토대로 꾸며졌다.

장애(루게릭, 전신마비)를 갖고 있음에도 세계최고 석학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오히려 더욱더 성장해 가는 호킹 박사의 모습이 패럴림픽 정신과 일치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개막식이 열린 이날 오전에는 한용외 대한장애인체육회 부회장, 휠체어육상의 홍석만 선수가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다. 한국인이 패럴림픽 성화를 봉송하는 것은 2010 밴쿠버장애인올림픽에서 장향숙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이후 두 번째다.

출발부터 ‘금'…피땀 어린 노력으로 ‘인간승리’  

지난 8월30일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 경기에서 사격 박세균(42, 청주시청) 선수는 대회 첫 금메달을 따 내며 대회 순항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한국선수단은 연일 금메달을 터뜨리며 국민들을 환호하고 열광케 했다. 

금메달 뒤에는 개인적·사회적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박세균은 왕립 포병대대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P1 10ｍ공기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총점 664.7점(슛오프 10.8점)으로 금메달을 거머줬다.

고3시절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박세균은 재활을 위해 농구선수로 뛰며 지난 1998년 방콕아시아장애인게임과 지난 201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후 사격으로 전향한 박세균은 청주시청 장애인사격실업팀의 창단멤버가 된 뒤 하루 7시간의 강훈련을 소화하며 실력을 키워 2008년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인간승리’를 이뤄 냈다.

경기 3일차인 9월1일 유도의 최광근(26, 양평군청) 선수가 금메달 소식을 안겼다.

최광근 선수는 엑셀 노스아레나2에서 열린 유도남자 100kg이하 체급 결승전에서 허리후리기 한판승으로 미국의 마일스 포터 선수를 꺾었다.

최 선수는 비장애인 유도선수로 생활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 훈련 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망막박리(시각장애) 진단을 받은 후 가벼운 충격에도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반복돼 더 이상 유도를 할 수 없다는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림프선 결핵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유도의 끈을 놓지 않고 동료 선수들보다 땀을 배로 흘리며 열심히 훈련을 거듭해 온 결과 이번 런던패럴림픽에서 성과를 이뤘다.

최 선수는 “어머니에게 효도하기 위해 시작한 유도라 열심히 해서 세계정점에 서고 싶었다” 며 깊은 효심을 나타냈다.

2일에는 또다시 사격에서 금메달이 나왔다. 강주영(45,강릉시청) 선수가 사격혼성 R4 10미터 공기권총입사 SH2 결선에서 총 10발을 발사해 105.5점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 낸 것.

특히 과녁 정준간인 10.8과 10.9를 첫 발과 세번째 발에서 연거푸 기록하기도 했다.

이로써 강주영은 지난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토마슨 요한슨(스웨덴)이 세운 704.3점을 1.2점 앞당기며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강주영은 20여년 전 다이빙을 하다 다쳐 가슴 아래쪽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얻었다.

그의 손은 쥐는 힘이 없다.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사격 선수로서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그는 오른손으로 총을 들고 왼손으로 방아쇠를 누른다.

피나는 훈련으로 장애를 이긴 그는 영국에 가기 전 국내 대회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707.2)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아테네 올림픽 탁구 2관왕이었던 김영건 선수가 8년만에 금메달을 따 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남자 탁구 김영건(29, 광주광역시)은 3일 엑셀 노스아레나 탁구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단식 클래스4 결승에서 중국의 장얀 선수를 세트스코어 3-1(14-12 11-9 12-14 11-9)로 물리치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영건은 중학교 1학년 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척수염으로 휠체어를 타게 됐다.

라켓을 잡으면서 새로운 희망도 잡게 된 그는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장애인탁구에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4년까지만 해도 패럴림픽 금메달 포상금도 없었고 연금 혜택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생계의 어려움에 직면한 그는 탁구를 그만둘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고교 1학년 때부터 그와 함께 했던 탁구 라켓을 차마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훈련을 거듭한 결과 8년 만에 다시 ‘금빛’ 스매싱의 주인공이 됐다.

모든 선수에 격려와 성원을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3일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에게 축전을 보내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공기소총 입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강주영 선수의 탁월한 기량과 강인한 정신력,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은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자긍심을 안겨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탁구 개인단식에서 동메달을 딴 문성혜 선수에게는 "힘든 훈련을 견뎌내며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것은 참으로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 탁구 동메달리스트 정은창 선수에게 "어깨 부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감동과 자긍심을 안겨 줬다"고 격려했으며 수영 자유형 200ｍ에서 동메달을 딴 조원상 선수에게 "12년 만에 부활된 종목에 출전해 기존 세계기록을 뛰어넘는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입상해 더욱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축하했다.

그러나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획득한 경우 나름대로 성과를 이뤘음에도 패배한 것처럼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는 게 선수들의 지적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경우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한 선수는 “메달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은메달을 딴 선수는 패자라고 인식된다”며 “선수 개인은 은메달이면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은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는 금메달과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상대적으로 인기종목과 메달을 딴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것”이라며 “메달을 못 따는 선수들은 존재감이 없다” 며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번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인 박세균 선수는 “비장애인스포츠에 비해 다소 소외된 장애인스포츠지만 장애인 선수들의 노력은 비장애인 선수들의 노력과 견줘 이상이었으면 이상이었지 이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하는 선수 모두에게 깊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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