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현병철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현병철 씨를 피진정인으로 한 진정을 철회한다.

현병철 씨는 2012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연임돼서는 안 되었다.

그는 2011년 장애인 활동가들의 인권침해 진정을 거부한 때부터 그 자리에서 내려왔어야 한다. 

2010년 12월 한겨울. 13층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이동을 막고 난방을 차단한 그 순간부터 "인권위원장"이라는 이름을 감히 써서는 안 되었다.

더 근본적으로, 스스로 인정하듯이 "인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2009년 국가인권위원장직을 맡아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그간 우리사회의 상식을 믿었다.

국민이 주권자라는 헌법의 문구가 조금이라도 작동하리라 믿었다. 국가기관으로서는 한없이 작지만, 우리사회의 유일한 인권전담기관이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기댈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만큼은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따를 줄로 믿었다.

그러나 현병철에 대해 국민 80% 이상이 반대하고, 국회가 공식적으로 무자격 부적격으로 판정하고,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독립성을 우려하고 연임을 반대해도, 현병철은 다시 국가인권위원장이 되었다.

아직도 인권위건물 13층에서 지난 3년간 했던 것처럼, 인권 현실에 눈감고 입 닫고 귀 막은 채로 ‘껍데기 가짜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있을 수 있도록 3년을 더 보장받았다.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상식과 믿음을 철회하는 것밖에 없다.

현병철 씨의 연임은 안 된다는 우리의 주장이 옳다는 것은 인권위의 최근 모습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차별과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노숙농성이 한 달이 되어가도 국가인권위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성범죄를 빌미로 경찰이 2년 전 폐기처분된 불심검문의 칼을 휘두르며 공권력을 강화해도, 사실상 사형제폐지국에서 사형집행을 시도하자는 포풀리즘이 판을 치고, 물리적 거세법안까지 발의되며 급속도로 증오와 야만의 세기로 되돌아가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무런 의견표명도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인권퇴행적 조치와 발언에 침묵으로 적극 동참하고 있다.

우리는 거부한다.

당사자 현병철 씨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위선적인 조사에 알리바이가 되기를.

현병철 씨가 인권위원장으로 있는 한, 인권침해자가 자신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결정하는 모순된 현실을 거부한다.

현병철 씨가 청문회에서 국회를 기만하고 국민을 우롱했듯이, 장애인의 인권을 모욕할 기회를 또다시 주지는 않을 것이다.

현병철의 무자격과 장애인권침해 죄상에 대한 판단은 국제사회에 맡길 것이다.

현병철 씨가 인권위원장으로 있는 한, 인권위는 그저 이름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자리 보존과 정권 눈치보기에 연연하여 국가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맡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과 인권의 역사가 그래왔듯, 우리는 우리 스스로 더욱 가열찬 투쟁으로 인권을 위해 싸우고 쟁취해 나갈 것이다.

2012년 9월 10일

현병철 장애인권침해 시민진정인단 일동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