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집회를 참석하다 보면 이동권 확보의 문제가 심각함을 기자 스스로 실감하곤 한다.

지난 23일 열렸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전동(前動)거리행진에서도 장애인들은 여의도에서 광화문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 돼 있지 않아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아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한 모습이다.

 
이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하는 장애인 50여 명은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요하고서야 지하철에 탑승할 수 있었다. 좁은 엘리베이터 탑승은 휠체어 2대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탑승하는 와중에도 역을 오르내리는 턱은 터무니없이 높거나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공간이 넓어 휠체어는 지하철 탑승을 시도할 때마다 덜컹거리기 일수였다.

이런 불편함을 경찰도 알아서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장애인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함께 탑승했던 경찰들은 휠체어가 이동하는 것을 옆에서 같이 돕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위가 격렬해질 때면 서로 욕설과 폭력이 오가는 사이였지만 장애인들의 이동의 불편함은 함께 지켜보며 이들도 공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어려움 끝에 광화문 역에 도착한 시위대는 더 큰 난관에 부딪혔다. 광화문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휠체어 리프트로 이동을 하고 경찰과 공익근무요원들의 도움으로 에스컬레이터에 전동휠체어로 탑승하는 아찔한 모습들....

전동휠체어를 타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오르던 한 장애인은 다 올라오자마자 "휴~"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올라오기 많이 힘들었냐는 질문에 긴 한숨만 내쉬며 "네"라는 대답뿐이었다.

물론 엘리베이터 설치로 예전에 비해 지하철의 이동이 조금은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본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외치기 위해 나서는 그들에게 지하철이라는 이동수단은 큰 걸림돌이었다.

종종 장애인에 대해 몸소 체험해보자며 휠체어를 탑승하고 기록사진 한 장 남기는 그런 정치인들은 아마도 이런 어려움까지는 몰랐으리라. 그러니 세계적 도시 서울의 지하철 시설이 장애인들의 현실과 멀리 떨어져있을 수밖에...
장애인들이 거리로 지하철로 나서 소리 높이는 것은 이런 현실을 알리려는 모습들일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처음엔 길이 아니었더라고 길을 가는 사람에 따라 그 길은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직은 좁고 험한 길일지라도 함께 만들어가다 보면 곧 그 길이 보일 것이다.

그러기에 장애인들도 지금 그들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닐까?

진선미 기자 websun@bokjinews.com

진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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