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비장애 간 평등과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예산제도인 ‘장애인지예산제도’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의 막이 올랐다.

김동기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지예산제도 도입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장애인지예산제도에 대한 요구가 활발하게 일고 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이 출발선상에 뒤쳐저 있는 정도를 보충해 주기 위해 장애인지예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예산제도로는 인권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 권리나 복지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동기 교수는 “성인지 예산제도가 단지 여성만을 위한 예산총량을 늘리자는 제도가 아닌 것처럼 장애인지예산 또한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편성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지예산은 예산이 장애와 비장애인에게 미치는 효과를 예산과정에서 고려해 자원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예산의 배분구조와 규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련의 활동”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지예산제도 관련 2011년 윤석용 18대 국회의원이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이 제도의 도입필요성에 대해 질의한 바 있으며 서울시는 지난 4월 장애인희망서울종합대책 발표 시 2013년 이 제도의 시범도입을 공표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 아시아 15개국 장애인단체들이 접근성의 목적에 대한 증진지표로써 장애인지예산제도를 장애통계의 핵심지표로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경제사회워원회 '인천전략' 최종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김동기 교수는 “이처럼 장애인지예산제도가 머지않아 성인지예산제도처럼 제도권 안에 부문예산제도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을 기세임에도 불구, 국내에서는 이 제도의 개념조차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다”며 “장애인지예산제도 관련 선행연구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연구(2009)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지제도의 목표설정과 국민적 합의를 가장 우선적인 제도도입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평등이라는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어느 정도가 평등한 것인지 구체화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성의 경우, 국민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측면에서 성인지제도 도입의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국민의 소수를 차지하는 장애인지제도는 과연 어떤 방안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그는 ▲장애인지예산서 작성기관의 범위 ▲각 기관의 대상사업의 범위 및 선정기준 결정 ▲장애분리통계의 구축 및 구축가능성 여부 ▲장애인지 예산분석의 전략적 필요성 정도 결정 등을 과제로 들었다.

한편 성인지예산제도는 1998년부터 여성단체의 예산운동 과정에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공론화되기 시작해 2002년 여성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의제화했다.

그 결과 2006년 국가예산법에 성인지예산의 법적근거가 마련돼 2009년 중앙부처에 도입된 데 이어 2013년부터는 모든 지자체로 확산될 전망이다. 

박영신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