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연령 전체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는 가족 고령화에 대한 경제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미국 금융노년학의 창시인 닐 커틀러 박사(Dr. Neal Cutler)는 11일 한국금융노년전문가협회(KIFG)와 퓨처모자이크연구소가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장에서 주최·주관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커틀러 박사는 “미국의 경우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시니어 샌드위치 세대’가 늘고 있다”며 “한국도 이 같은 ‘가족 고령화’에 관심을 갖고 가계 재정을 비롯한 ‘장수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커틀러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50세인 사람의 부모 중 최소한 한쪽이 살아있는 경우는 1900년엔 39%였던 것이 1990년대에는 80%까지 늘었다. 부모 모두 생존한 비율은 같은 기간 4%에서 27%로 증가했다.

커틀러 박사는 “이 같은 변화는 전혀 새로운 ‘시니어 샌드위치 세대’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과거의 경우 샌드위치 세대는 60대 부모를 부양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25세 이하의 자녀와 75세 이상의 부모 부양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50~60대 베이비부머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자녀와 부모 사이에 낀 ‘노년기 샌드위치 세대’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1930년대는 약 20세까지 교육을 받고 40년 정도를 일하면서 자산을 모으고, 이후 짧은 소비 단계를 거쳤지만 2000대에 들어서면서 역전이 되는 중요한 변화가 발생했다”며 “이에 맞는 장수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틀러 박사는 “2000년대에는 30대까지 교육에 투자하면서 자산축적의 단계는 60세로, 10년이 줄어든 30년인 반면, 기대수명의 증가로 100세까지 소비의 단계가 더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돼 2030년에는 30세부터 70~75세 정도까지 자산축적의 단계를 겪고 이후 100세 이상으로 자산소비의 단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틀러 박사는 “특히 여성의 경우 평균임금이 낮고 공적연금 혜택을 적게 받으면서 남성보다 더 오래살기 때문에 장수계획을 더욱 면밀히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틀러 박사는 “이처럼 인생 100세 시대의 장수계획을 비롯한 ‘나이듦’에 대한 복합적 연구가 노년학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노년학은 단순히 노인을 다루는 학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와 개인의 고령화에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가족의 고령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금융노년학의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노년학은 ▲사회적 차원의 고령화 ▲개인적 차원의 고령화 ▲가족의 고령화 ▲세대간 고령화 등 4가지 종류의 고령화를 연구한다.

닐 커틀러 박사는 현재 미국금융노년전문가협회 회장과 영화제작협회인 ‘모션픽쳐’의 은퇴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남가주대 교수로 시니어비즈니스에 대해 강의하면서 미국에서 금융노년학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 노년전문가다. 2010년부터는 미국은퇴자협회(AARP) 재단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한주형 소장 퓨처모자이크연구소은 미국은퇴자협회의 한국적 모델 적용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국 베이비부머들의 인생이모작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시니어비즈니스와 창업 사례에 대해서 소개했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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