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집 교사로 15년 일했던 B씨는 출산휴가를 요구했다가 원장으로부터 권고사직의 압력을 받았다. 현재 임신 8개월인 B씨는 권고사직에 항의해서 사직은 철회시켰지만 차량운전을 못 한다는 이유로 20만원 삭감된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B씨는 “그만두고 싶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영세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이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해고 및 감봉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신한 여성노동자는 불량품인가’ 토론회에서 ‘여성노동자의 모성권 보호 및 성희롱 실태조사(30인 미만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서울, 인천, 부산 등 12개 지역의 어린이집, 사회복지기관 등 30인 미만 영세기업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351건의 유효 답변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근로자는 18%인 421명이며 이 중 산전후휴가를 사용한 경우는 절반인 221명(52.3%)에 그쳤다.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해 90일 산전후휴가를 지급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 ‘이미 직장을 그만 둬서’라는 답변이 63.9%로 가장 많았고, ‘회사에서 산전후휴가를 주지 않아서’가 14.3%였다.

김영옥 연구위원은 “여전히 출산에 임박해서 회사를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는 산전후휴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고 휴가를 받아도 아이 키우면서 직장일을 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만 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직원 중 육아휴직을 이용한 직원이 있었던 경우는 23.8%(420명)에 불과해 산전후휴가에 비해 육아휴직 이용률이 낮았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52.8%로 가장 많았고, ‘말도 꺼내기 어렵다’가 4명 중 1명꼴인 26.2%나 차지했다.

반면 ‘마음놓고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응답은 22.2%에 그쳤다.

또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35% 이상의 응답자가 ‘승진 및 교육기회의 누락 또는 불이익’과 ‘휴직 후 원치 않는 다른 업무 배치’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출산 및 육아시기에 여성근로자의 퇴직시점을 살펴보면, 32.9%가 출산 전에 퇴직하고 17.7%는 출산 직후 퇴직한다고 했다.

반면 산전후휴가를 마치고 복직한 이우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근로자는 16%, 육아휴직을 종료하고 복직한 후 6개월 이상 근무하는 비율은 9.2%에 불과했다.

한편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여성근로자는 36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15.8%를 차지했다.

성희롱 유형 중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농담’이 87.6%로 가장 많이 경험했으며 음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행위(61.2%),  술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행위(41.9%), 의도적으로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38.8), 음란물을 보여주는 행위(28.1%) 등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성희롱의 주요 가해자는 상사 또는 사업주가 절반(55.6%)을 차지했으며 동료(28.2%), 고객(18.4%), 거래처 또는 본사직원(11.6%) 순이었다.

성희롱을 거부했거나 불만을 제기함으로써 당한 피해로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었다’가 절반인 46.3%에 달했으며 업무상 불이익 또는 처벌을 당했다(32.8%), 다른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15.7%) 순이었다.

김영옥 연구위원은 “2010년 현재 임금근로자의 절반 이상이(50.7%)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고 5인 미만 사업체에서 일하는 비중이 20.2%에 달한다”며 “기존 휴직제도의 기간과 급여액을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 정책의 수혜율을 파악해 법 적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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